확률 조작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본 게임들
얼마 전 국내 게임들이 확률성 상자 아이템의 확률 조작과 확률 미표기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 그리고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정거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지 않은 게임들 중에도 확률 조작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많았고, 그중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확률 조작 이슈가 비단 우리나라 게임들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만큼이나 확률성 아이템에 민감한 옆 나라 일본의 게임들 중에서도 확률 조작 의혹으로 논란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일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드래곤볼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콘텐츠 중 하나로, 원작인 만화를 비롯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상품, 그리고 게임 등의 파생 상품이 끊이지 않고 출시되고 있습니다. 드래곤볼 Z 폭렬격전은 2015년 초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으로 2016년부터 한국어를 지원하면서 국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많은 모바일 게임들처럼 이 게임 역시 캐릭터를 확률성 뽑기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말, 좋은 캐릭터를 뽑을 확률이 계정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각 계정의 접속일과 과금 정도를 분석해 지출이 많은, 이른바 핵 과금러들은 일정한 회수까지 좋은 캐릭터가 나오지 않도록 강제로 조정했다는 의혹인 것이죠. 이런 유저들은 어차피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과금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한 겁니다. 반대로 접속일이 적거나 휴면 계정은 좋은 캐릭터의 습득 확률을 높여 게임에 흥미를 가지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유저들의 주장입니다.
물론, 퍼블리셔인 반다이남코게임즈는 이러한 의혹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습니다. 고의로 확률을 조작하지는 않았고, 업데이트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하며 해당 소스코드까지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소스코드는 얼마든지 조작이 끝난 다음에 공개할 수 있어서 의혹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반다이남코게임즈는 오류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현금으로 약 20만 원 상당의 게임 내 재화를 제공하고, 문제의 기간 내에 뽑기에 사용한 재화를 환불하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했습니다. 그리고 의혹은 여전히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인기 만화가 드래곤볼이었다면, 21세기 현재까지 최고의 인기 만화는 원피스를 꼽을 수 있겠죠. 인기가 높은 만큼 원피스도 많은 게임으로 제작이 되었는데요. 원피스 트레저 크루즈는 스마트폰용으로 제작된 첫 번째 원피스 게임입니다. 2015년 5월부터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글화와 국내 서비스는 드래곤볼 Z 폭렬격전보다 늦게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원피스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서비스 초기에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건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스고페스 이벤트에서입니다. 스고페스 기간 동안 유저는 연속 뽑기 회수에 따라 사전 공지된 높은 랭크의 캐릭터 중 일부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공지되지 않은 캐릭터가 나온 것이죠. 더구나 이 캐릭터는 높은 등급의 캐릭터긴 하지만 게임 초반에 등장한 만큼, 해당 기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신규 캐릭터들에 비해 성능이나 선호도가 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신규 캐릭터를 노리고 과금을 한 유저들로부터 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죠.
유저들의 분노를 더욱 키운 건 퍼블리셔의 대응입니다. 퍼블리셔는 공지만 수정해서 문제의 캐릭터가 해당 스고페스 기간에 등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고, 피해를 본 유저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이나 환불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의 퍼블리셔 역시 반다이남코게임즈입니다.
그랑블루 판타지는 일본 현지에서는 큰 인기를 끈 모바일 RPG지만, 국내에서는 정식 서비스되지 않았고 별도의 한글화를 지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꽤나 관심도가 높았던 게임으로 외국어로 즐기는 유저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랑블루 판타지는 일본 게임 시장에서 확률성 아이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랑블루 판타지는 2016년 초에 신년 가챠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가챠는 일본에서 뽑기 아이템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어쨌든 이 신년 가챠 이벤트에서만 얻을 수 있는 희귀 한정 캐릭터가 하나 있었는데, 이 캐릭터를 획득할 확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습니다. 본래 그랑블루 판타지에서 최고 등급인 SSR 캐릭터를 얻을 확률은 뽑기당 3%입니다. 그리고 이벤트 기간 동안에는 두 배인 6%가 적용되었는데, 다른 SSR 캐릭터와 비교해 유독 신규 한정 캐릭터의 등장 확률만 지나치게 낮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떤 유저는 70만 엔을 투자해 약 2,500회 정도를 뽑고도 해당 캐릭터를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화가 난 유저들이 일본의 소비자 보호 기관인 소비자청에 게임을 신고하고, 언론에도 보도가 되는 등 사태가 갈수록 커졌습니다. 결국 개발사는 공식 사과를 하고, 뽑기에 사용된 재화를 환불하는 등의 대응을 했습니다. 또한, 이후 각 가챠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개별 확률을 표시하게 되었고, 기간 한정으로만 등장하는 캐릭터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된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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