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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픈모바일 Sep 18. 2018

게임 저작권 이야기 #1, 시드 마이어의 문명part1

문명 저작권 스토리

리가 보고 듣고 즐기는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에는 저작권이라는 것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입니다. 게임 역시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이를 다른 사람이 복제하거나 개조하는 건 불법입니다. 보통 저작권은 회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다른 유형의 재산들과 마찬가지로 권리를 판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게임들의 저작권은 여러 회사로 옮겨 다니는 경우가 발생하는데요. 중독성으로 유명한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역시 저작권이 몇 번 옮겨 다닌 게임 중 하나입니다.






탄생부터 빌려 쓴 타이틀


유명한 개발자의 경우 게임을 소개할 때 수식어처럼 따라붙긴 하지만, 정식 타이틀에 개발자의 이름을 포함시킨 게임은 드뭅니다. 시드 마이어는 20대 후반 빌 스텔리를 만나 마이크로프로즈(MicroProse)라는 게임 회사를 공동 창업합니다. 시드 마이어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 엔지니어였고 빌 스텔리는 공군 장교 출신이었는데, 마이크로프로즈는 이 둘의 경험을 살려 밀리터리 게임을 개발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마이크로프로즈가 1986년에 출시한 헬리콥터 비행 시뮬레이션 ‘건쉽(Gunship)’


하지만 시드 마이어가 평소에 개발하고 싶었던 게임은 좀 더 창의적인 게임이었는데, 이 구상이 구체화된 결과물이 바로 ‘시드 마이어의 해적’입니다. 해적은 그동안 마이크로프로즈가 개발했던 게임과는 방향성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빌 스텔리는 반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드 마이어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고, 대신 밀리터리 게임 팬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시드 마이어의 이름을 게임 제목에 붙이는 걸로 합의를 봅니다. 그렇게 해적은 처음으로 시드 마이어의 이름이 붙은 게임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시드 마이어의 이름이 붙은 첫 번째 게임, ‘해적’


시드 마이어의 해적이 성공하면서 시드 마이어는 자신의 이름을 내 건 게임을 연달아 출시하게 되는데요. 두 번째가 ‘시드 마이어의 레일로드 타이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시드 마이어의 문명’입니다. 그런데 당시 문명(Civilization)이라는 제목의 보드게임이 1980년에 이미 출시되어 있었고, 1991년에 출시된 시드 마이어의 문명 역시 이 보드게임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 개발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프로즈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출시하기에 앞서 보드게임 문명의 미국 유통사였던 아발론 힐(Avalon Hill)과 문명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채결합니다. 이는 출시 후 상표권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념비적인 첫 번째 ‘시드 마이어의 문명’




상표권 분쟁 발생


시드 마이어의 문명이 성공한 이후 마이크로프로즈는 회사 규모를 키웠는데, 투자한 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회사가 경영 위기에 봉착합니다. 결국 1993년 미국의 게임 회사인 스펙트럼 홀로바이트가 마이크로프로즈를 인수합니다. 1996년 문명 II가 출시됐지만 회사의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스펙트럼 홀로바이트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합니다. 이때 시드 마이어를 포함한 문명 시리즈의 핵심 개발자들 역시 해고되었고, 시드 마이어는 문명 II의 주요 개발자 중 한 명인 제프 브릭스와 공동으로 파이락시스 게임즈(Firaxis Games)를 창업합니다.



한편, 아발론 힐은 1991년에 보드게임 문명의 확장팩인 Advanced Civilization을 출시하고 1996년에는 이를 컴퓨터용 게임으로 제작해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에는 미국의 게임 회사 액티비전과 계약을 맺고 새로운 버전의 문명 게임을 만들기로 합의합니다. 문제는 이미 시드 마이어의 문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마이크로프로즈였습니다. 안 그래도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던 마이크로프로즈는 아발론 힐의 계획에 불만을 표시했는데, 결국 액티비전과 아발론 힐은 마이크로프로즈를 상대로 문명의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합니다.


보드게임을 PC로 이식한 ‘어드밴스드 문명’


마이크로프로즈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문명의 상표권이 아닌, 아예 보드게임 문명의 저작권 전체를 구매하면서 역공을 펼쳤습니다. 아발론 힐은 어디까지나 미국 내 보드게임 문명의 유통사였고, 이 게임을 제작한 것은 영국의 하트랜드 트레포일(Hartland Trefoil)입니다. 마이크로프로즈는 바로 이 하트랜드 트레포일을 인수해 버림으로써 문명 시리즈의 모든 저작권과 상표권까지 확보해 버린 겁니다.


'문명’의 상표권을 갖고 있던 보드게임 ‘문명’


문명의 모든 권리를 획득한 마이크로프로즈는 아발론 힐과 액티비전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와 불공정 경쟁 등을 이유로 역 소송을 겁니다. 이 소송 결과 아발론 힐은 마이크로프로즈에게 411,000달러를 배상하게 됐고, 재고를 제외한 더 이상의 문명 게임을 생산 및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합의했습니다. 액티비전은 개발 중이던 게임 ‘문명: 콜 투 파워’를 출시하기 위해 마이크로프로즈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문명: 콜 투 파워는 시리즈 중 유일하게 시드 마이어의 이름이 붙지 않았는데, 이는 이 게임 개발에 시드 마이어가 전혀 관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액티비전은 ‘문명: 콜 투 파워’의 후속작도 개발했는데, 라이선스를 피하기 위해 타이틀에서 문명을 제외하고 ‘콜 투 파워 II’로 출시했습니다.




두 번째 인수합병, 그리고...


스펙트럼 홀로바이트는 1996년 구조조정 이후 합병 회사의 이름을 마이크로프로즈로 통합하고, 사업 영역을 축소합니다. 그리고 1997년 문명의 상표권 소송에 휘말리기 전, 둠 시리즈를 유통하며 성장세에 있었던 GT 인터랙티브와의 인수합병 협의가 오갔지만, 최종적으로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이후 문명 상표권 분쟁이 마무리되고, 해즈브로 인터랙티브에 인수가 되면서 문명의 저작권은 해즈브로 인터랙티브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후의 자세한 이야기는 Part. 2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문의: 오픈모바일(wel_om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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