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부터 제로페이 시범운용 돌입
요즘 주변엔 각종 XX 페이 서비스가 한가득입니다. 이런 간편결제 서비스는 기존에 공인인증서와 엑티브X로 상징되던 불편한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며 시장의 큰 환영을 받았는데요. 시장 내 페이 경쟁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 최근 정부에서도 ‘제로페이’란 결제 플랫폼을 내놓고 본격적인 알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갑자기 웬 간편결제 서비스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목적은 일반 사기업의 페이 서비스와는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 제로페이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시중 은행 및 민간 사업자와 협력하여 개발한 간편결제 플랫폼입니다. 제로(Zero)란 이름처럼 카드결제 수수료를 아예 0%로 만들거나, 혹은 제로에 가깝도록 만드는 것이 주목적인데요. 연 매출 8억원 이하의 사업자는 수수료 0%, 8억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의 수수료가 부과됩니다. 완전 무료는 아닌 셈이지만 기존의 0.8~2.3% 카드 수수료와 비교하면 표면적인 부담은 크게 줄어든 거죠. 12월 20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남 창원, 부산 자갈치 시장 일대에서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제로페이 결제에는 최근 대중화되고 있는 QR코드가 사용됩니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앱이 없고, 주로 가맹은행의 간편결제 앱 내 QR코드 스캔 기능을 활용하게 되는데요. 이를 활용해 점포 계산대에 부착된 전용 QR 코드를 스캔하고 가격 입력 후 송금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연동된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서 결제 금액이 점주의 계좌로 직접 이체되므로 중간결제자(Van) 개입에 따른 수수료가 절감됩니다. 마치 직거래처럼, 중개인을 없애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과 유사하죠.
현재 제로페이에 참여 중인 사업자는 KB국민, 농협, 신한 등의 기존 은행 대부분과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 그리고 네이버페이와 페이코 같은 기존 간편결제 사업자까지 약 30곳입니다. 원래 개발 단계에서 현재 QR결제 부분 1위인 카카오페이와 토스, 그리고 BC카드도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이해관계 문제로 중간에 하차했죠. 특히 이미 많은 가맹점을 확보한 카카오페이의 경우 제로페이 초기 서비스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기에 중도하차가 더욱 아쉬운데요. 실제 서비스 개시 첫날인 20일, 제로페이 가맹률은 약 3%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제로페이는 편의성보다 상생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대중화된, 특히 삼성페이처럼 잠금화면에서도 접근 가능한 수준의 편리한 서비스가 나와 있는 시점에서 QR 스캐너를 열어 인식하고, 금액까지 직접 입력하는 등의 방식은 소비자 입장에서 썩 편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 은행 입장에서도 수수료가 워낙 낮아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로페이 사용과 참여를 통해 소규모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공익적 의미, 무엇보다 소상공인 점포에서의 40% 소득공제 혜택은 13월의 보너스(연말정산!) 대박을 노리는 분들에게 나쁘지 않은 유인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제로페이의 향후 성공 여부는 편의성 개선과 적극적인 홍보, 시민 공감대 형성 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제로페이 혜택을 민간 사업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게 가장 중요할 텐데요. 무한경쟁 시대에서 소득공제 혜택과 몇가지 미미한 혜택, 상생 의식만 갖고 제로페이 사용을 요구하는 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로페이 역시 혈세가 소요된 정부 주도 사업인 만큼 실패 시 비슷한 프로젝트가 다시 나오는 일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소상공인의 높은 카드 수수료 부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수많은 관련 논의와 시도 끝에 야심 차게 런칭된 제로페이의 선전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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