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성능, 높아지는 눈높이
언젠가부터 컴퓨터나 주변 기기에 ‘게이밍’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게이밍PC, 게이밍 노트북, 게이밍 키보드, 게이밍 마우스 등. 말 그대로 게임을 즐기기에 좋은 컴퓨터를 의미하는데, 사실 마케팅을 위해 등장한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많은 게임이 장비 중에서도 최근에 급격하게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 바로 모니터인데요. 4K 이상의 초고화질 시대가 오면서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한 것이죠. 그렇다면 게이밍 모니터를 구입할 때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할까요?
모니터 시장이 CRT에서 LCD로 넘어온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1920x1080의 FHD 해상도는 PC용 모니터의 표준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성능이 발전하고 모니터의 크기가 커지면서 해상도 역시 갈수록 높아지는 중입니다. 요즘은 2560x1440(WQHD), 3840x2160(UHD, 4K)를 지원하는 모니터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신 게이밍 모니터라면 해상도뿐 아니라 화면비율도 따져봐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해상도는 전부 16:9의 화면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좌우로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21:9의 울트라 와이드 화면비를 제공하는 모니터들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1인칭이나 3인칭 시점의 슈팅, 액션 게임을 즐길 때 울트라 와이드 화면비가 더 많은 시야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아예 세 개의 모니터를 연결해 48:9라는 극단적인 해상도를 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게임에서 48:9 해상도는 과한 측면이 있고, 현재로썬 21:9의 울트라 와이드 해상도가 게임을 즐기기에 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2560x1080(WFHD), 3440x1440(UWQHD) 해상도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원 해상도는 모니터를 선택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해상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생겼습니다. 바로 주사율입니다. 주사율이란 모니터가 화면을 표시해주는 속도 혹은 횟수를 의미합니다. 모니터는 전달받은 전기적 신호를 빠르고 연속적으로 재생함으로써 우리가 보는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보통 1초에 수십 번의 화면을 표시해주는데, 이 횟수를 주사율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이나 영상 매체의 초당 화면 재생 수를 frames per second의 약자인 fps로 표시하고, 모니터의 주사율은 진동의 단위인 Hz로 표시합니다. 30fps 혹은 30Hz라는 것은 1초에 30번의 화면을 재생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모니터는 기본적으로 60Hz로 동작하는데, 우리가 보는 TV나 영화가 보통 24fps으로 재생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사율이 높다는 것은 화면이 부드럽게 재생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차이는 액션성이 강한 게임을 즐길 때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로 대부분의 게임들이 30fps으로 동작했고, 일부 고성능을 요구하는 게임들이 60fps로 동작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60fps 이상으로 동작하는 게임들이 늘고 있고, 이에 발맞춰 게이밍 모니터들은 최소 120Hz 이상, 최대 200Hz 이상의 주사율을 지원합니다.
다만, 주사율을 감지하는 능력은 사람에 따라 개인 편차가 심한 편인데, 둔감한 사람은 30fps와 60fps의 차이도 잘 구별하지 못하지만 민감한 사람은 60fps 이상의 차이도 느끼곤 합니다. 주사율은 높을수록 좋긴 하지만 둔감한 편에 속한다면 굳이 비싼 모니터를 사는 것보다는 60Hz 정도의 모니터로도 충분할 겁니다.
응답 속도는 말 그대로 모니터로 전달된 신호를 얼마나 빨리 재생해 주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단위는 1/1000초, 즉 밀리 세컨드(ms)로 표시하고 이 수치가 낮을수록 모니터의 잔상을 줄여줍니다. 액션성이 강한 게임을 즐긴다면 매우 중요한 수치입니다. 당연히 1ms의 응답 속도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가장 뛰어나며, 게이밍을 자처한다면 적어도 3~4ms 이내의 응답 속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응답 속도와 함께 따져봐야 할 요소로는 입력 지연(인풋 랙)이 있습니다. 입력 지연은 우리가 키보드나 마우스로 입력한 신호의 결과가 화면에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응답 속도와 마찬가지로 1/1000초로 나타내지만, 현재 대부분의 제조사들에서는 이 입력 지연 속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잠정적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모델을 결정했다면 별도의 리뷰 사이트 등을 통해 입력 지연 속도를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게이밍 모니터들은 일반 모니터와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부가 기능을 넣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준점을 표시해주는 기능입니다. 모니터의 중앙 부분에 조준점을 강제로 표시해서 슈팅 게임의 편의성을 높여줍니다. 일부 모니터의 경우 순간적으로 전압을 높여 응답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능을 탑재하기도 하는데요, 이 기능은 순간적으로 모니터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모니터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고 입력 지연 시간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직동기화, HDR, 게임 모드 등 제조사에 따라 이러저러한 기능을 넣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가 기능은 말 그대로 ‘부가’ 기능일 뿐으로 게이밍 모니터를 선택하는데 고려해야 할 요소는 아닙니다. 중요하게 따져 봐야 할 요소는 해상도와 화면비, 최대 주사율, 그리고 응답 속도입니다. 만약 가성비를 고려한다면 해상도는 FHD 정도에 만족하고 주사율과 응답 속도를 우선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사문의 : 오픈모바일(wel_omc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