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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픈모바일 Mar 30. 2018

추억의 슈가게임, ‘주사위의 잔영’을 소환합니다

추억은 카카오를 타고

TV 예능 프로그램 중에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이라는 방송이 있습니다. 왕년에 반짝 인기를 얻었다가 지금은 잊힌 추억의 가수를 초대해 노래도 듣고 근황도 들어보는 방송이죠. 이 방송에서 선정되는 추억의 노래를 슈가송이라고 부르는데요. 게임 시장에서도 한때 반짝 인기를 끌다가 스리슬쩍 사라진 슈가게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슈가게임들 중 하나인 ‘주사위의 잔영’이 얼마 전 카카오를 통해 부활을 선언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캐릭터 보드게임


1990년대 국내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게임회사라면 소프트맥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단순히 사업적인 성공뿐 아니라 창세기전 시리즈로 구축한 브랜드 가치, 아마도 국내 최초라고 해도 좋을 거대한 팬덤 등에서 당시 국내에서 비견될만한 회사가 없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국내 게임 시장이 빠르게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프트맥스에서도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전설의 채팅 플랫폼 포리프(4LEAF)입니다.

웬 채팅 프로그램일까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당시의 인터넷 문화에서는 채팅이 가장 인기 콘텐츠 중 하나였습니다. 더욱이 소프트맥스는 게임 회사의 특기를 살려 포리프의 인터페이스를 게임처럼 꾸몄습니다. 로비를 게임 맵처럼 구현해 시각적 만족도와 접근성을 높였고, 게임 캐릭터를 아바타로 도입해 자사 게임의 팬덤을 그대로 끌어안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보드게임 주사위의 잔영이 탄생합니다.

정식 명칭은 ‘창세기월드 주사위의 잔영’. 여러 종류의 타일로 이루어진 맵에서 주사위를 사용해 자신의 말을 종착점까지 먼저 도착시키는 사람이 승리하는 전형적인 방식의 보드게임입니다. 여기에 창세기전 시리즈의 캐릭터를 도입하고, RPG적인 스킬 및 전투 시스템을 도입해 독자적인 게임성을 완성했습니다. 주사위의 잔영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인기와 게임 자체의 재미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인기를 얻게 됩니다. 무엇보다 포리프에서 사용되는 화폐인 GP를 얻을 수 있어서 즐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와 포리프의 몰락


포리프는 2000년 3월 2일부터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고 3개월 후인 6월 2일부터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2001년 5월부터 주사위의 잔영이 정식 서비스에 들어갑니다. 처음 인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채팅만 하던 프로그램에 게임이 추가되었고, 또 주사위의 잔영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보드게임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인기가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소프트맥스의 운영 미숙과 콘텐츠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2003년 12월 소프트맥스는 포리프를 독자적인 브라우징 프로그램에서 웹브라우저에서 구현되는 서비스로 전환을 합니다. 그리고 2004년 2월 기존의 브라우징 프로그램의 서비스를 종료하는데, 당시 인기가 많이 떨어졌던 주사위의 잔영도 함께 서비스가 끝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득이 나지 않는 서비스를 계속 떠안고 갈 이유가 없었겠지만, 계속 게임을 즐겨왔던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아쉬운 결정이 되었죠.

포리프의 웹서비스 이전과 함께 주사위의 잔영2를 공개했는데 결국 개발 중 영상 몇 개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소프트맥스는 포리프를 웹 서비스로 이전하고, 채팅 기반의 캐주얼 게임 플랫폼으로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된 게임들은 수준이 너무 낮아 외면받았고, 여기에 소프트맥스 팬덤의 약화, 그리고 채팅 서비스의 인기 감소가 겹치면서 결국 2009년 포리프 서비스를 폐쇄하고 맙니다. 결과론 적으로 성급하게 웹 기반 서비스로 이전하려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웹으로 서비스된 포리프


끊임없는 희망고문


추억은 언제나 미화된다고 하죠. 주사위의 잔영도 마찬가지입니다. 2004년 서비스가 종료됐을 당시 주사위의 잔영의 입지는 소수의 마니아들만 즐기는 게임, 혹은 GP를 벌기 위한 수단 정도의 인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래도 한때 많은 인기를 누렸던 포리프와 주사위의 잔영을 추억하는 사람이 늘었고, 주사위의 잔영이라도 다시 출시되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에 호응하듯 2010년대에 들어 주사위의 잔영을 모바일로 개발한다는 루머가 꾸준히 흘러나옵니다.

이 스크린샷은 소프트맥스 팬사이트에서 제작 중이던 ‘주사위의 잔영 르네상스’입니다.

2014년, 소문만 돌던 주사위의 잔영 부활 프로젝트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는데요. 소프트맥스에서 주사위의 잔영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새로운 개발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줍니다. 오랫동안 부활을 외쳐왔던 팬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었죠. 2015년 5월 첫 번째 티저 영상이 공개됐고, 2016년 1월에는 한정된 사람만 선발해 본사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인 소프트맥스가 2016년 경영권을 매각하고, 사명을 ESA로 변경하면서 모든 게임 관련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습니다.

2016년에 공개됐던 모바일 버전 주사위의 잔영

그런데 이틈에 빠르게 접근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드래곤 플라이트와 데스티니 차일드 등으로 유명한 넥스트플로어가 2016년 11월 소프트맥스로부터 창세기전과 관련된 모든 판권을 20억 원에 매입하면서 주사위의 잔영의 퍼블리싱 계약도 함께 체결한 것이죠. 이후 주사위의 잔영 모바일 버전의 제작팀이 그대로 넥스트플로어로 옮겨와 제작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식 출시를 앞두고 현재 사전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퍼블리싱을 카카오 게임즈가 담당하면서 for kakao가 붙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도 상당히 거셉니다.




추억은 추억일 때가 아름답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주사위의 잔영은 과거의 인기에 비해 현재의 기대감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른 바 추억 보정 때문일 텐데요. 이를 두고 출시 후 거품이 다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게다가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는 시스템 면에서도 과거의 게임과는 꽤 달라졌기 때문에 온전한 추억의 게임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과연 새롭게 태어난 주사위의 잔영이 추억에 잠긴 이용자층과 신규 이용자층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지, 결과는 곧 나올 듯싶습니다.





기사문의: 오픈모바일(wel_om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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