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게임 업체 징계
얼마 전 국내 게임회사 몇 군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과태료 징계를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흔히 ‘가챠’라 불리는 확률형 랜덤 박스의 아이템 별 획득 확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번에 제재를 받은 회사는 넥슨, 넷마블, 넥스트플로어의 세 개 회사입니다. 과연 이들은 어떠한 게임으로 과태료 및 과징금을 받게 되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번에 가장 큰 철퇴를 받은 넥슨을 먼저 살펴볼까요. 넥슨은 서든어택과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2가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과태료 550만 원과 과징금 9억 3,900만이 부과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크게 문제가 된 건 서든어택입니다. 서든어택은 연예인 캐릭터를 출시하면서 퍼즐 조각을 모아 완성하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 이용자들은 특정 퍼즐 조각의 획득 확률이 기댓값보다 심하게 낮다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정위의 조사 결과 이러한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죠.
이 이벤트에서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16개의 퍼즐 조각이 필요한데, 이 퍼즐 조각은 랜덤 박스를 구입할 때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넥슨은 퍼즐 조각이 나올 확률에 대해 랜덤하게 지급된다고만 표시했었는데, 실제로는 특정한 조각이 나올 확률을 다른 조각에 비해 확연히 낮게 설정해 놓아 퍼즐 완성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죠.
넥슨은 이에 대해 확률 조작은 없었고, 랜덤이라는 문구에 대한 해석의 문제라며, 해당 문구는 이미 작년 7월부터 공정위 가이드에 따라 수정 적용했다고 공지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7월 이후의 동일한 이벤트를 살펴보면 ‘일부 퍼즐 조각의 확률이 낮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퍼즐 조각의 획득 확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개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 회사 중에 가장 많은 게임이 적발된 것은 넷마블입니다. 넷마블은 마구마구,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의 세 게임이 각각 과태료 500만 원씩 부과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모두의 마블에는 과징금 4,500만 원의 추가 제재가 가해졌습니다. 그런데 모두의 마블이 제재를 받은 이유가 확률 조작은 아니었습니다. 소비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상품의 가치를 증대시켜 지출을 유도했다는 것이 이번 제재의 사유입니다.
모두의 마블은 2016년 8월부터 12월까지 총 6종의 신규 캐릭터를 출시하면서 각각 출시 이벤트 기간에만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표기했습니다. ‘이벤트 한정’, ‘한정 캐릭터’라는 문구를 삽입해 이벤트 기간 동안에만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표기하고, 실제로는 이벤트 종료 후에도 상시적으로 판매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것의 공정위의 해석입니다. 이로 인한 부정 수익을 거두었다고 판단해 과태료 외에 과징금 4,500만 원이 추가로 부과된 것이죠.
반면, 실제로 확률에 문제가 있었던 마구마구나 몬스터 길들이기는 과태료만으로 그쳐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구마구의 경우 프리미엄 장비 획득 확률 10배 상승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실제로는 3.3~5배만 상승하도록 설정한 것이 적발됐습니다. 몬스터 길들이기는 특별한 몬스터의 뽑기 확률을 1% 미만으로만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0.0005~0.008%라는 매우 낮은 확률을 적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역시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기업 중에는 드래곤 플라이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넥스트플로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재의 대상이 된 게임은 데스티니 차일드로, 서비스 초기에 논란이 됐던 뽑기형 아이템 확률 이슈가 이번에 과태료를 받은 것이죠. 데스티니 차일드에서는 수집할 수 있는 캐릭터(차일드)의 등급을 별로 표시합니다. 1성부터 5성까지의 캐릭터가 있는데, 베타 테스트에서는 같은 등급의 차일드 내에서도 상, 중, 하의 추가적인 등급 분류가 있었습니다. 정식 서비스 때는 이 추가 등급 분류를 삭제했다고 밝혔죠. 그런데 사실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고액 과금러들이 수백 회의 뽑기를 진행하면서 이전에 높은 등급으로 분류됐던 차일드의 획득 확률이 지나치게 낮은 통계가 나왔고, 이로 인해 같은 등급 내에서도 특정 차일드의 획득 확률을 낮게 조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와 함께 1.44%로 고지된 5성 차일드의 뽑기 확률도, 이용자들의 통계에서는 0.9% 수준이었고 마일리지 획득 확률을 포함해야 1.4%에 근접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넥스트플로어 내부 확인 중이라는 공지를 올리고, 하루 만에 모든 의혹이 사실임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당시 넥스트플로어의 후속 조치에 대한 논란도 많았습니다. 넥스트플로어는 사과 공지와 함께 데스티니 차일드 서비스 시작 이후 확률 이슈 발생 때까지 프리미엄 차일드를 뽑는데 사용한 모든 크리스탈을 돌려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합니다. 이것만 보면 나쁘지 않은 후속 조치로 보이지만, 문제는 논란이 되었던 확률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다는 겁니다. 차일드 획득 확률을 조정하는 대신, 고지 확률을 변경하는 선택을 하면서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라야 했습니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와 관련해 게임 이용자들은 더 일찍부터 이루어졌어야 할 제재이지만, 과태료나 과징금이 너무 적다는 반응입니다. 실제로 이들 게임이 해당 기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데, 넥슨을 제외하면 매우 가벼운 과태료만 부과된 셈이죠. 또한, 엔씨소프트가 왜 제재 대상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용자들도 많았는데요. 사실 엔씨소프트는 고지된 획득 확률이 매우 낮긴 했지만 거짓으로 확률을 속이진 않았기 때문에 제재할 근거가 없습니다. 어쨌든 0.0006%의 확률을 그대로 공개한 엔씨소프트도 대단하고, 그 확률을 보고 뽑기를 시도하는 이용자도 대단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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