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모든 것이 처음이었을 그때의 난 그 처음이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첫 소풍은 처음이라서가 아니라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설렜고, 첫사랑은 다른 사랑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애절했으며 가슴이 아팠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올해 소풍날 비가 와도 다음 소풍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이 사랑이 지나가면 또 다른 사랑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모든 것을 걸었던 나를 잃어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는 순수하다는 것은 모든 순간이 단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라 믿는다. 그 순수함을 순진하다 여기는 순간부터 우리는 불순한 어른이 되어간다. 시간이 주는 경험으로 지혜를 쌓아 가야 하지만 오히려 그 경험이 우리를 영악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사랑을 계산한다는 것은 절망스러운 일이다. 이어지지 못한 마음이 이유라면 좋을 텐데, 계산으로 거절된 내 마음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직도 이어진 마음을 계산으로 잘라낼 수 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때 내 마음이 순수했다면, 오직 너뿐이던 나는 지나갔을지라도 그때 나는 너에게 단 하나로 남아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시간은 다시 돌릴 수 없는 것이니까 지나가면 그 순간은 결국 단 하나가 된다. 그때의 나 그때의 네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여기지 못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렇게 되는 것이다. 순수하자. 혹 그 마음이 순진하다고 손가락질받고 바보 같다는 말이 익숙해지더라도 말이다. 어차피 지나가면 단 하나가 될 순간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뭐가 이상한가?
이미 나이는 좀 들었지만, 어쩌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해 본다. 100세 시대에 몇 살부터 어른인지 정의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내일의 소풍이 마지막일 것처럼 설레고, 최선을 다해 즐기는 아이가 더 행복한 것이다. 그렇다고 오늘만 살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매일을 살아가자는 것이다. 좀 어렵겠지만 난 아직 그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