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엔 그래야만 하는 것들

꼰대의 한 해 마무리

by Mind Opener

날짜를 확인한 후 보온효과가 탁월한 롱패딩을 꺼냈다. 귀도리를 대신할 헤드폰을 쓰고 장갑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집을 나섰다. 얼마나 걸었을까 왠지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유행이 한참 지난 롱패딩이나 큰맘 먹고 구매한 프랑스산 헤드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행하게도 나만 다른 계절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예열을 마친 온몸이 더 뜨거워졌다. 창피함에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image_fx_ (6).jpg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쉽게 사실보다 경험에 의지해 바보 같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옛날처럼 어렵게 전화(131)를 걸어 확인하지 않아도 오늘의 날씨 정도는 쉽게 확인이 가능한데 말이다. 구글, 빅스비 등을 부르거나 손가락질 몇 번이면 해결되는 일을 미루어 이 참사를 만들었다.


내가 급격한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자?!가 된 것은 40년 넘게 누적된 12월 이맘때의 기억 때문일 거다. 다급하게 달려 나와 목도리를 둘러주시며 빙판길 조심하라고 걱정하시던 어머니의 모습, 언발을 동동 구르면서 기다리던 군고구마, 문방구 앞을 서성이며 고심해서 고르던 크리스마스 카드, 가슴을 두드리던 길거리의 종소리, 화려하진 않아도 정감 있었던 조명들...


3d24ffeb-43af-4e69-9d5e-e2c1ad3e52ae.png

몸서리치게 추웠지만 뭔가 몽글몽글하고 마음은 따뜻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세상이 갈수록 빠르게 변한다지만 사람 사는 것이 얼마나 크게 다르겠냐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2024년 12월에 느끼는 묘한 이질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 꼰대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껏 추워야 겨울이고 온기는 디지털 메시지보다 손글씨로 나눠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실망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열심히 고른 선물을 예쁘게 포장해서 건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무렴, 한 해의 마무리는 그래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거울 속 못난 녀석은 꼭 가슴에 새겨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커피 애호가 코스프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