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잠깐이라도, 간단한 드로잉이라도 하자고 시작했던 드로잉 프로젝트가 십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긴 시간입니다. 저는 그 사이에 그림책을 몇 권 더 냈고, 나이도 좀 더 들었습니다. 하다보니 꾸준히 드로잉을 하는 작가가 되어있었어요. 예전 책과는 조금 다른 드로잉 스타일로 책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도 전시도 원래 하던 영역에서 조금 넓어졌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 사이 가장 큰 변화가 생겼다면 수업을 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드로잉을 하다가 전시를 열고 독립출판물을 만들었더니, 원데이 클래스를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친하게 지내던 책방에서 소규모 클래스를 처음 열었습니다. 우당탕탕 어리버리한 선생이었지만 다들 즐거워해주셨어요. ‘어쩌다보니’ 이런 스타일로 그리게 된 것이라 기법이랄 것도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설명을 하다보니 어릴적부터 배워온 많은 재료와 기법들이 뒤섞여있다는걸 저 스스로도 깨닫게 되었고요. 그림책 작가로서 책 이야기를 하는 작가강연과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달라서, 한편으로는 더 마음편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의 데일리 드로잉은 ‘습작’이나 ‘취미’ 에 가까운 부분이 있어서인가봐요. 날것이라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고, 따라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이삼년간 꽤 여러 번의 클래스를 경험하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스무 번이 넘는 긴 회차의 클래스도 이끌어보았습니다. 한편으론 그림책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으니 항상 클래스를 열 수는 없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가르치려고 하다 보니 제 그림을 한발 떨어져 보게 되었거든요. 수업을 하다가, 제가 그리는 그림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동료들도 많아졌고요. 새로 발견한 즐거움에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 물감 하나에도 환호하며 신기해하는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새삼스럽게 그림그리는 시간이 소중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