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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 Mar 31. 2024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자라고,

처음 인스타그램에서 데일리드로잉을 시작할 때는 2014년 초, 지금은 훌쩍 십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오랜 시간’ 그리다보면 그림 테크닉이 좋아질 거라는 가벼운 기대뿐이었어요. 그런데 계속 그리다 보니  말 그대로 드로잉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제 그림이 나아지는 것보다 훨씬 더 빨랐어요.


제가 즐겨 그리는 가족이 있습니다. 첫번째 스케치북 속에서 아장아장 걷던 첫째 아이가 젖먹이 동생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아이는 이제 어린이를 넘어, 아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청소년으로 자랐습니다. 애초에  ’사람 그리는 연습‘, 특히 ‘어린아이 그리는 연습’ 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의 육아 일기를 단골 모델로 삼았었거든요. 그 때 그 아기들은 지금 전부 어엿한 학생이 되었습니다.


아기들이 자라는 동안 저는 30대에서 40대가 되었고, 우리는 팬데믹을 겪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동물 가족들에게서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고양이 그리는 즐거움을 알려준 영국이가 떠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화면 너머로 예뻐하던 네 발 달린 동물 친구들이 여럿,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동물들의 시간이 우리보다 빨리 흐른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년전 포스팅’ 이라며 제가 예전에 그린, 지금 만날 수 없는 동물 친구들의 그림을 보여줄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그저 ‘일상적인 작은 드로잉’ 을 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 그리는 연습을 하려고, 동물 그리는 연습을 하려고 친구들의 사진을 모델삼아 그리기 시작한 것 뿐이었는데 말이죠. 그림을 그린다는건, 시간과 감정을 기록해서 남기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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