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만드는 공간은 무엇이 다를까

책 잘 읽어지는 공간의 비밀

by 스테이빌더

‘북스테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책이 많은 숙소'나 '조용한 곳'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책을 ‘읽게 되는’ 공간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조건들이 맞물려야 한다.

책장은 있어도 책을 읽지 않게 되는 공간과, 한 권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공간의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오늘은 ‘독서’라는 행위를 유도하는 공간 설계 요소들을 실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다.


1. 책이 있다고 해서 책이 읽히는 건 아니다

별마당도서관.png 별마당도서관 (출처 : https://www.shinsegaegroupnewsroom.com/61701/)

별마당도서관은 ‘책이 많은 공간’의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광객의 동선,

끊임없는 카메라 셔터 소리,

쉴 틈 없이 울리는 음향.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공간 전체에 가득하다.


아무리 많은 책이 있어도, 시선과 소음을 정리하지 못한 공간에서는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2. 책상이 아니라 ‘의자’가 먼저다

20150821_120200.png 교보문고 (출처 : https://www.fnnews.com/news/201508271826482156)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이곳의 의자가 참 괜찮다는 걸.

등받이가 살짝 뒤로 기울어 있고

팔걸이 높이가 적당하며

옆 사람과의 거리가 부담스럽지 않다


책상이 없어도, 오래 앉고 싶은 자리. 그게 공간 설계의 출발점이다.

책을 펼친다는 건 앉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3. 시선을 비우는 구조

부자책방.png 부자책방 (출처 : https://joomaltory.com/experience/cmcinpx1l0001xihofmwwlz1l)

‘부자책방’은 직접 방문해보고 싶은 공간 중 하나다.
구옥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1인 서재형 북카페다.

이 공간을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눈이 머물 방향이 명확하고

시야가 복잡하지 않아 정신적 여유가 생기며

자연광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 책상이 배치되어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핸드폰보다 책을 먼저 펼치게 된다.
시선의 비움은 곧 정신의 몰입으로 이어진다.


4. '잠깐 앉은자리'가 아니라, '머물게 되는 자리'

이어서.png 이어서 (출처 : https://blog.naver.com/kimzerowest/223270595707)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경주의 독립서점 '이어서'.

내가 이 공간에서 책을 잘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우드톤이 주는 안정감

중간중간 배치된 식물들

따뜻한 자연광과 낮은 조도

좌석마다 다른 분위기로 '내 자리'를 고를 수 있는 구성

과하지 않은 음악과 정적인 분위기


책을 읽는 공간은 생산성을 강요하는 분위기보다,
‘조금만 더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5. 결국 ‘책 읽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공간

IMG_4840.jpeg 고요별서 (출처 : 고요별서 홈페이지)

내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북스테이. 그게 바로 경남 남해에 위치한 ‘고요별서’다.

이 공간은 전체적으로 **‘혼자 있는 사람의 그림’**이 그려진다.

방 한가운데 놓인 의자 하나

커다란 책장보다는 개인에게 집중된 조도

풍경이 보이는 창가, 분리된 동선

이런 공간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여기선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 설계의 성공은, 그림처럼 떠오르는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그려지는지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책이 읽히는 공간은 단순히 예쁜 공간이 아니다.

몰입을 설계한 공간이다.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앉고 싶어지는 자리,
시선이 흩어지지 않는 구조,
그리고 조용하지만 긴장감 있는 균형.


그 모든 요소들이 모일 때, 비로소 책이 손에 잡히는 공간,
북스테이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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