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막
제1장 : 바르톨로 집 앞 광장
무대의 막이 올라가면서 서곡이 시작합니다. 로시니 오페라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오페라와 상관없이 많은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따로 연주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로시니 음악을 대표하는 단어 두 가지는 1. 로시니 크레센도 2. 풍부한 앙상블입니다. 느리고 작게 시작하여 점점 빨라지고 커지는 템포와 점점 빠르고 커지는 크레센도가 서곡은 물론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오페라 내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나옵니다. 로시니 오페라에서만 등장하는 독특한 음악적 특징입니다. 다음으로 성악가들의 솔로 아리아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중창, 삼중창, 오중창 등 여러 성부들이 함께 어울리는 앙상블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하신다면 더욱 풍성한 오페라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동틀 무렵 의사 바르톨로의 집 앞에 알마비바 백작이 하인 피오렐로와 악사들을 동반하고 등장합니다. 연주악단을 데리고 온 것으로 보아 백작의 재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새벽부터 좋아하는 여인이 사는 집 앞에서 멋진 세레나데를 부릅니다.
[알마비바 백작, Ecco, ridente in Cielo]
저 하늘은 웃음을 지으며 아름다운 새벽이 밝아오는데
그대는 아직도 잠들어 있군요.
일어나요, 나의 사랑스러운 희망
어서 와요, 나의 사랑하는 그대
잔인하게 대하지 말아요!
난 사랑의 화살에 상처 입었어요.
오! 그 아름다운 얼굴을 본 것 같아.
사랑에 빠진 내 마음은 자비를 얻었네
오! 사랑스러운 순간! 행복한 이 순간!
이 달콤한 만족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네.
사랑의 화살에 상처 입었다며 자신의 사랑을 받아달라고 하지만 2층 로지나의 창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실망하면서 데리고 온 하인 피오렐로와 악사들에게 수고비를 주고 퇴장합니다. 이어서 피가로가 요란한 음악과 함께 뛰어나와서 본인 소개를 합니다. 동네의 만능 재주꾼이라면서 시작하는 피가로의 아리아는 유명합니다. 낮이나 밤이나 면도칼, 가위를 갖고 다니면서 바쁘게 일하는 자신의 삶에 만족합니다. 이발 외에도 가발, 면도, 지혈, 편지 전달 등 모두가 나를 원하고 마을에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자랑합니다.
[피가로, Largo al factotum]
길을 비켜라! 이 마을의 만능 재주꾼이 나가신다
어서 일하러 가세! 벌써 날이 밝았네
나 같은 이발사의 삶은 얼마나 멋지고 즐거운가!
아! 훌륭한 피가로, 정말로 행운아야!
모든 일에 재빠르게 밤이나 낮이나 온 마을을 돌아다니지
행복한 이발사의 생활, 이보다 멋진 삶은 없을 거야!
면도칼이나 빗이나 가위, 필요한 모든 것은 모두 여기 있지
그 이외에 아가씨들과 신사분들을 위한 다른 일들도 있지
모두가 나를 원하지, 부인이나 어린애들이나 늙은이나 아가씨들 모두…
여기 가발! 면도! 지혈! 편지!... 피가로!
난 이 마을의 만능 재주꾼!
이걸 듣고 있던 알마비바 백작은 집안에 갇혀 있는 로지나를 만나려면 피가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다가갑니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를 말합니다. 프라도에서 한눈에 반한 여자가 바르톨로라는 의사의 집으로 이사를 왔고 그 여자를 만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이걸 듣자마자 피가로가 자신이 이 집에서 이발사, 미용사, 정원사 등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바르톨로의 집에 드나들 수 있다고 힌트를 줍니다. 게다가 로지나는 바르톨로의 딸이 아니라 후견인으로 와 있을 뿐 이라면서 백작을 도와서 로지나와 연결시켜 주겠다고 큰소리칩니다.
이때 갑자기 2층 발코니의 문이 열리고 로지나와 바르톨로가 나타납니다 바르톨로가 옆에 들고 있는 종이에 대해 묻습니다. 최신 오페라 “Inutile Precauzione” The Uselss Precaution (쓸모없는 예방조치, 헛수고)의 아리아 가사라고 둘러댑니다. 바르톨로가 가사 메모를 빼앗으려고 하자 로지나는 발코니 밖으로 떨어뜨립니다. 곧바로 바르톨로가 그것을 줍기 위해 내려가지만 이미 밖에서 보고 있던 백작이 주워 갑니다. 밖에 나와 쪽지가 보이지 않자 투덜거리며 다시 집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백작이 로지나가 떨어뜨린 메모를 읽습니다. “당신의 관심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바르톨로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저는 집에만 있어야 합니다. 신분과 이름을 알려주세요. 이 속박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피가로는 후견인 바르톨로에 대해 백작에게 설명해 줍니다. 그는 로지나의 유산이 탐나서 결혼하고 싶어 한다며 야비하고 의심 많고 나이 든 투덜이라고 조언해 줍니다. 갑자기 문을 열고 바르톨로가 나옵니다. 하녀 베르타에게 바질리오 음악선생 외에는 출입을 금지하라고 단호하게 일러두고 외출합니다. “오늘 안으로 로지나와 결혼을 하겠다”라고 외치면서요. 이 말을 들은 백작이 피가로에게 바질리오는 또 누구냐고 묻자 그는 로지나의 음악선생이라고 소개합니다. 위선자에다가 거지 같다고 합니다. 피가로의 계획에 따라 백작의 노래가 이어집니다. ‘린도르’라는 가짜이름을 쓰면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녀가 내 모습 자체를 좋아하는지 내가 백작이라서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내 이름을 알기 원한다면 내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내 이름은 린도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그대를 나의 신부로 맞이하고 싶어요. 밤이나 낮이나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원합니다. 당신에게 빠진 린도르는 재산이 없어요. 가난하지만 당신에게 충실하고 한결같은 사랑의 마음을 드릴 수 있습니다."
로지나가 그의 노래를 방 안에서 듣다가 집 안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집니다. 오늘 내로 결혼을 하겠다는 후견인 바르톨로의 말에 다급해진 백작은 피가로에게 내가 로지나와 결혼할 수 있는 꾀를 내어보라고 다그칩니다. 피가로는 노골적으로 돈을 밝히고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재밌는 2 중창으로 이어집니다.
바르톨로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첫 번째 작전은 군대 장교로 변장하여 숙소 지정명령서를 하나 만들어 집에 묵을 수 있는 핑계를 만들자고 합니다. 두 번째 전략은 술에 취한 척하면 바르톨로의 경계를 풀고 쉽게 들어갈 방법에 대해 얘기합니다. 테너와 바리톤 두 남자의 흥겨운 작전이 이제 곧 시작됩니다. 1장 마지막에 피가로가 자신의 이발소 위치를 설명하는 대목은 서곡에서 말씀드린 로시니 크레센도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합니다.
2장 바르톨로의 집
의사 바르톨로의 집입니다. 홀로 남은 로지나가 좀 전에 세레나데를 부른 린도르라는 청년을 생각하면서 부르는 아름다운 아리아입니다.
[로지나, Una voce poco fa]
방금 전에 들려왔던 그 목소리가 여기 지금 내 마음에 다시 들어오네
내 마음엔 이미 사랑의 상처가 자라나고 있어
그래, 린도르를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
후견인 바르톨로 영감은 반대하겠지만 머리를 써서 단념하게 만들어야지!
결국 나는 린도르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행복을 찾을 거야
나는 온순하고 착한 여자야, 순종적이고 남의 말을 잘 따르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날 건드린다면 난 독사가 될 거야
수백 개의 덫을 놓아서 결국 굴복시켜 버려야지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입니다. 스스로 남자를 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현명하기도 하지만 여우 같은 여자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나를 가둬 놓았지만 사랑을 찾아서 나는 훨훨 날아갈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이러면서 로지나는 그 린도르라는 젊은 청년(사실은 알마비바 백작)을 혹시나 다시 만나게 될 것 을 기대하고 편지를 하나 씁니다. 피가로가 들어와서 (아까 새벽에 세레나데를 부른 남자에 대해) 얘기를 하려는데 곧바로 외출 나갔던 바르톨로가 들어오자 피가로는 잠시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죠. 바르톨로는 의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피가로가 왜 들어왔는지 따지지만 로지나는 시큰둥합니다. 로지나는 피가로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바르톨로는 피가로가 불편합니다. 잠시 후 음악선생 바질리오가 집에 들어옵니다. 바르톨로는 내일까지 로지나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말하자 바질리오는 이 마을에 알마비바 백작이 나타나서 로지나를 사랑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고 말합니다. 조급해진 바르톨로는 바질리오에게 해결방법을 말해보라고 재촉하자 바질리오는 절대 실패할 수 없다는 작전을 얘기하는데 바소부포의 명곡인 <소문은 미풍처럼, La calunnia e un venticello> 아리아를 부릅니다.
“소문은 처음에는 산들바람과 같이 부드럽고 달콤하게 시작하지만 아주 조용히 은밀하게 사람들의 귀로 들어가 혼동시키고 부풀게 만들죠. 시끄러운 소문들은 점점 여기저기로 퍼지고 숲을 뒤흔드는 천둥과 폭풍처럼 휘몰아쳐서 공포에 얼어붙게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 사방으로 흘러넘치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마치 대포처럼, 지진처럼, 폭풍우처럼 뒤흔드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폭발하죠. 그러면 비방에 짓밟힌 그놈은 자신의 운명을 탓하며 이 도시를 떠나게 될 겁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노래에 뒤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 로시니 크레센도를 잘 느껴 보실 수 있습니다. 내용과 비슷하게 점점 커지다가 나중에 폭발해 버리는 재미있는 아리아입니다. 이 작전을 들은 바르톨로는 한번 더 빨리 결혼을 해버리는 게 좋겠다며 퇴장합니다.
로지나가 등장하고 피가로가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로지나는 새벽에 세레나데를 부른 남자에 대해 피가로에게 물어보고 자신이 찍어둔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피가로의 말에 행복해합니다.
[로지나, Dunque io son]
그럼 그가 나를 사랑한단 말이에요?
그리 놀랄 일도 아니죠. 처음부터 나는 알고 있었어요.
피가로는 남자에게 보낼 편지를 주면 린도르에게 전달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러자 이미 써놓은 편지를 피가로에게 넘겨주고 피가로는 로지나의 재치에 놀라며 편지를 들고 돌아갑니다.
내 편지가 전달되어 행운이구나!
이제야 한숨 놓을 수 있네.
그가 이제 곧 여기로 온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기쁘구나
피가로가 떠나고 바르톨로가 로지나에게 와서 피가로는 왜 왔다 가느냐고 묻습니다. 로지나는 사소한 것이라고 둘러대지만 바르톨로는 손에 묻은 잉크자국을 보고 의심을 합니다. 그리고 여기 종이가 6장 있었는데 왜 5장만 있냐고 하면서 한 장 모자란다고 하고 펜을 사용한 흔적이 있는데 어디에 쓴 것인지 계속해서 꼬치꼬치 따집니다. 임기응변으로 대충 얼버무리지만 바르톨로는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나 같은 의사에게 그런 변명이 통할 줄 아느냐면서 재밌는 아리아 하나를 부릅니다. 나를 속이려면 좀 더 그럴듯하게 둘러대야 한다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바르톨로의 상대방의 약점을 포착하는 예리한 표정까지 같이 보시면 재밌습니다.
[바르톨로, A un dottor della mia sorte]
“나 같은 박사님은 절대 속아 넘어가지 않지! 더욱 철저하게 감시하고 바람 하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
호통치며 속사포 랩처럼 부르는 아리아는 언제 들어도 웃음을 참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때 알마비바 백작이 술에 취한 군인으로 변장하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비틀거리면서 오늘 밤 이 집을 군대의 임시 숙소로 접수한다고 명령을 합니다. 바르톨로는 우리 집은 숙소 의무에서 배제되었는데 무슨 소리냐면서 맞받아치고 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서 재빠르게 로지나에게 사실 자신이 린도르라고 적혀 있는 쪽지를 살짝 쥐어 줍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바르톨로와 서로를 알아본 백작과 로지나에 베르타와 바질리오까지 등장해서 집안에 대소동이 일어납니다. 마지막에 피가로가 등장하여 이 소란을 진정시키려는 듯 보이지만 백작에게 일단 신중하게 대처하자고 귓속말로 조언합니다.
동네가 시끄러울 정도가 되자 진짜 군인들이 들이닥칩니다. 무대 위 인물들은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느라 시끌벅적 한가운데 군인들이 변장한 백작을 의심하게 되고 연행하려 하자 할 수 없이 자신의 백작 신분을 밝힙니다. 엄청나게 높은 신분임을 확인한 병사들은 모두 부동자세를 취하고 등장인물 모두는 석상처럼 차갑게 굳어 버립니다. 후반부 여섯 명 모두가 부르는 카논풍의 1막 피날레 앙상블이 이어집니다. 이 대목 또한 로시니 크레센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합창, Mi par d’essere con la testa] “머릿속은 마치 대장간 망치로 두들기는 듯 점점 요란하게 들리는 것 같네! 육중한 망치 두 개가 번갈아 두들기듯 끔찍한 소리가 벽과 천장을 울리네! 불쌍한 내 머리는 혼란스럽고 정신없이 뒤죽박죽 미쳐버리겠네!” 합창과 함께 1막이 내립니다.
1막에서 로지나를 향한 알마비바백작과 피가로의 첫 번째 작전은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리하면 바르톨로의 집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피가로를 통해 로지나와 백작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린도르라고 알고 있었던 백작의 정체를 로지나가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바르톨로와 바질리오의 나쁜 소문을 내는 작전은 생각은 좋았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간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