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막
제 1 장 : 바르톨로 집의 서재
피가로의 두 번째 작전이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백작이 음악 선생으로 변장을 하고 바르톨로의 집으로 들어옵니다. [2 중창, Pace e gioia sia con coi] 독특하고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돈 알론소라고 소개하면서 바질리오의 제자이며 스승님이 아프기 때문에 오늘 레슨은 대신해서 왔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의심 많은 바르톨로가 자기 정체를 알아볼 까봐 불안합니다. 바르톨로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계속되자 그는 알마비바 백작이 오늘 아침 같은 숙소에 묵었고 거기서 편지를 하나 발견했다며 로지나가 백작에게 보낸 편지를 보여줍니다. (자신이 갖고 있던 편지를 내줍니다.) 로지나의 필체가 맞다며 결정적인 증거(백작이 로지나를 속이고 있다는)를 얻었다고 흥분하면서 바르톨로는 돈 알론소를 신뢰합니다. 백작은 위기를 모면했지만 로지나의 편지를 바르톨로의 손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자책합니다.
이때 등장한 로지나는 새로운 음악선생인 알론소를 보고 그가 린도르이자 알마비바 백작임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랍니다. 알론소로 변장한 백작은 능청스럽게 의사를 속이고 노래 수업을 시작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중간에 로지나에게 오늘 밤에 발코니를 통해 여기를 빠져나가는 계획을 알려줍니다. 이 장면의 특이한 점은 영상물로 오페라를 접하시거나 실제 무대를 경험할 때 각기 다르게 연주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시니의 악보 중 이 부분이 분실된 상태라 연출가에 따라 재미있는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음악 수업을 핑계로 로지나와 백작은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사랑 고백을 하게 되고 영문도 모르는 바르톨로를 바보로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입니다.
로지나의 노래가 끝나고 졸다가 깬 바르톨로가 지금 시대노래는 지루하다며 옛날 카파리엘로(이탈리아의 카스트라토)가 부르던 시절처럼 자신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합니다.
[바르톨로, Quando mi vincina]
네가 곁에 있을 때, 아름다운 로지나!
그 아리아는 지안니니라고 하지만 나는 로지나라고 부르지
내 가슴은 뛰고 미뉴엣을 추지
노래가 끝나자 피가로가 등장합니다. 바르톨로에게 면도를 하자고 하면서 의자에 앉히고 가운을 두릅니다. 이렇게 바르톨로가 움직이지 못하게 해 놓고 몰래 발코니 열쇠를 훔쳐가려던 작전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순간 아파서 오늘 레슨에 오지 못한다고 했던 바질리오가 멀쩡하게 집으로 들어옵니다.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건 당연하죠. 바질리오가 있으면 계획했던 일들이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으니 피가로, 백작, 로지나는 그를 집 밖으로 쫓아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5 중창, Don Basilio…] 바질리오에게 어디 아픈 거 아니냐, 얼굴이 누렇게 떠서 환자 같다, 병원에 가보시라면서 밀어내지만 완강하게 버팁니다. 결국 백작이 바질리오에게 돈을 쥐어 주자 못 이기는 척하면서 자리를 떠납니다. 심지어 의심 많은 바르톨로도 바질리오에게 집에 가서 쉬라고 합니다. 돈을 밝히는 음악 선생 바질리오의 코믹연기가 극장 전체를 웃음바다로 만들 정도입니다. 등장인물 전원이 바질리오를 떠밀면서 돌림노래로 “Buona sera 부오나 세라(안녕히 가세요)”를 외치는 대목은 로시니 오페라 부파 전체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입니다.
바질리오가 퇴장하고 피가로는 계획대로 바르톨로의 수염을 정리할 준비를 합니다. 이 시간을 틈타서 백작은 발코니 열쇠를 손에 넣고 로지나에게 오늘 밤 12시에 당신을 데리러 올 테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아까 여기 알론소로 변장을 하고 들어왔는데 바르톨로가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아서 당신의 편지를 이용해서 그를 속였다고 말하는 순간…. 바르톨로는 어리숙한 것 같지만 의심이 많습니다. 갑자기 면도를 하다가 백작이 돈 알론소로 변장하고 피가로와 작당하여 사기를 치는 것을 눈치채고 당장 나가라고 소리칩니다. 백작과 피가로는 쫓겨나고 말지요.
모두가 퇴장하고 바르톨로의 집에서 일하는 여자 하인 베르타 혼자 무대에 남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한바탕 소동 후 혼자 남아서 아리아 한 곡을 부릅니다. 오페라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역이 아니어서 세비야의 이발사를 감상하실 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아리아이지만 잘 들어 보시면 제삼자의 시선에서 오페라를 바라보고 있는 의미까지 얻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베르타, Il vecchiotto cerca moglie]
이 집에서는 고함소리가 그치질 않지, 싸우고 울고 으르렁대고
저 인색한 불만투성이 늙은이 하고는 한 순간도 평화롭게 지낼 수 없어!
오! 이런 망할 집구석 같으니!
늙은이는 부인을 구하고 아가씨는 남편을 구하고 싶어 하네!
늙은이는 화를 내고 아가씨는 제정신이 아니야, 둘 다 미친 것 같아.
하지만 그 사랑이란 도대체 뭐길래 모든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걸까?
사랑은 종합적인 병이야, 갈망하고, 초조해하고, 설레고, 고통스럽고…
불쌍한 내 신세! 나도 그런 걸 느끼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늙어버린 망할 놈의 내 신세! 모두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절망적인 늙은 하인 여자는 이대로 죽을 수밖에!
혼자 남은 여자 하인 베르타가 빗자루 하나 들고 부르는 아리아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2시간이 넘는 이 오페라를 3분 요약했다고 생각합니다. 늙은 남자인 바르톨로는 젊은 여자인 로지나와 결혼하고 싶어 합니다. 젊은 여자인 로지나는 젊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합니다. 늙은 남자나 젊은 남자, 젊은 여자 모두가 짝을 원하고 있는데 늙은 여자인 내 신세를 한탄하는 재밌는 아리아입니다.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바르톨로와 바질리오가 등장합니다. 바질리오는 아무래도 정황상 돈 알론소가 백작인 것 같다고 말하자 초조해진 바르톨로는 당장 결혼식을 해야겠다며 바질리오에게 공증인을 데리고 오라고 합니다.
화가 잔뜩 난 바르톨로는 로지나를 불러서 돈 알론소와 이발사가 너를 가지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그들은 너를 알마비바 백작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합니다. 증거로 돈 알론소에게 받은 편지를 보여줍니다. 몰래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를 바르톨로가 갖고 있는 것을 본 순진한 로지나는 어이없어하죠. 린도르에게 배신감이 든 로지나는 오늘 밤에 발코니 창문을 통해 그와 함께 떠나기로 했다는 것을 털어놓게 됩니다.
정리하면 로지나는 1막에서 발코니밖에서 세레나데를 부른 린도르에게 편지를 써서 피가로를 통해 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돈 알론소가 알마비바 백작의 숙소에서 그 편지를 찾아서 바르톨로에게 줬다니 로지나로서는 자신의 편지가 린도르에게 전달되지 않고 알마비바 백작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중간에서 피가로와 돈 알론소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실망한 로지나는 결국 바르톨로 영감과 결혼을 받아들이게 되고 기분 좋은 바르톨로는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증인을 만나러 나갑니다.
무대의 불이 꺼지고 밤이 깊어 갑니다. 밖에는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몰아치는 이 간주곡은 로시니가 오페라의 장면이 전환될 때 즐겨 사용하던 장치입니다.
드디어 자정이 다 되었습니다. 백작과 피가로는 폭우가 내리는 밤에 사다리를 타고 2층 로지나의 발코니로 몰래 들어옵니다. 백작을 본 로지나는 자신을 배신한 사람이니 보기 싫다고 화를 냅니다. 하지만 백작은 린도르가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면서 당신은 린도르를 진정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습니다. 깜짝 놀란 로지나는 놀랍고 기뻐서 정신을 잃을 것 같다면서 행복에 겨워합니다.
이제 사랑을 확인한 두 남녀와 그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한 피가로 세 명이 아름다운 3 중창을 부릅니다. [Ah, quella heureuse surprise!]“이렇게 놀라운 일이 벌어지다니, 행운의 달콤한 인연이 내 소망을 모두 보상해 주네” 이제 사다리를 타고 밖으로 탈출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가 사다리를 치워버렸습니다. 그들의 계획을 알고 있던 바르톨로가 치워버린 것이죠.
사다리가 없는 것을 알아채고 놀라고 있는 순간 바질리오가 공증인을 데리고 정문으로 들어옵니다. 이때 피가로가 꾀를 내어 (바질리오가 한눈 판 사이에) 공증인에게 오늘 밤에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의 결혼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고 속이고 (바질리오가 알아채기 전에) 재빨리 백작과 로지나의 서명을 받아버립니다. 공증인은 영문도 모르고 서류를 받아 챙깁니다. 그리고 백작은 한번 더 바질리오를 돈으로 매수하고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죠. 뒤이어 바르톨로가 군인들을 데리고 뛰어 들어와 백작을 체포하려고 하지만 신분을 밝히자 군인들은 어쩔 줄 모르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자 이제 법적으로 두 남녀의 결혼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바질리오와 피가로가 증인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알마비바 백작, Cessa di piu resistere]
반항은 이제 그만둬라. 더 이상 참기 어렵다.
나의 불쾌함을 시험하지 마라.
잔인하고 굴욕적인 속박을 꺾어버렸다.
너의 욕심도 슬픈 여인의 순결한 사랑을 이기지 못하리라
그리고 불행한 희생자였던 당신은 속박에서 벗어나 분노를 기쁨으로 바꾸세요
그리고 충실한 남편의 품에 안기세요.
난 언제나 그녀와 함께 하리
나의 터질듯한 이 가슴, 즐겁고 행복하구나
즐거운 순간과 행복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테너 절정의 기교가 필요한 아리아를 멋지게 부르고 알마비바 백자은 로지나와 포옹하고 결혼을 자축합니다. 바르톨로는 공증서류에 왜 두 사람의 서명이 있느냐고 따지지만 바질리오는 (돈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며 고개를 돌립니다. 사다리까지 치우면서 결혼을 위해 동분 서주 했던 바르톨로에게 피가로가 쓸데없는 조치(L’inutile Precuzione, 쓸모없는 예방조치, 헛수고. 이 말이 세비야의 이발사의 원래 제목이었습니다.)를 취한 거라며 비웃습니다. 백작은 바르톨로에게 로지나의 재산을 모두 줄 테니 그녀를 포기하라고 하고 백작은 표정이 밝아지고 곧바로 로지나를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그는 로지나의 재산이 탐나서 시작했으니 바르톨로 입장에서 마다할 리가 없죠. 백작은 로지나와 결혼하고 바르톨로는 그녀의 재산을 가졌으니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하겠죠?
마지막으로 피가로가 모든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나의 역할도 끝났다고 말하며 배역 전원이 무대 위에서 피날레의 합창을 부르면서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