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텔로 (2)

1막

by operabluff

제 1 막 : 키프로스 섬의 부둣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벼락 치고 천둥 치는 격렬한 음악과 함께 막이 오릅니다. 부인인 데스데모나 및 가족들은 먼저 키프러스에 도착해 있습니다. 가는 도중에 터키 함대를 만나 전투를 벌이고 승리하고 부둣가로 배가 들어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가 무사히 정박하기를 바라는 합창이 이어지고 이내 오케스트라가 잦아들면서 오텔로가 부두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텔로, Esultate! L’orgoglio musulmano]

기뻐하라! 무슬림의 자존심은 바닷속 깊이 침몰하였다!

적들은 패배했다. 모두 파괴되었다!


첫 음성부터 높은 고음으로 시작합니다. 오텔로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만세를 부릅니다.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오늘 밤 오텔로 배역의 성량을 가늠해 볼 수도 있을 정도로 테너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오텔로가 배에서 내려 성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페라 시작부터 이아고의 음모가 시작됩니다. 먼저 로데리고라는 인물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오텔로와 데스데모나가 결혼하기 전부터 그녀를 짝사랑했던 사람입니다. 베네치아의 돈 많은 집안의 자제인데 아직도 데스데모나를 잊지 못하고 바다 건너 키프로스 섬까지 따라온 것입니다. 이아고는 먼저 마음 약한 청년 로데리고에게 접근합니다.

“착한 로데리고, 나는 자네의 진실한 친구잖아. 자네가 꿈속에서 숭배했던 데스데모나는 저 입술 두꺼운 야만인의 입맞춤에 곧 진절머리를 내게 될 것이네”라고 말합니다. 데스데모나가 너에게 마음을 돌리도록 도와주겠다고 헛된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이어서 혼잣말이 이어지는데 그의 속마음은 전혀 다릅니다. 사실은 이아고는 자신의 부관 승진을 막고 그 자리를 카시오에게 준 오텔로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오페라의 시작부터 이아고가 전면에 나섭니다.


사람들은 모두 무대 위로 나와서 승리의 파티 중입니다. 이아고는 로데리고에 이어서 본격적으로 카시오에게 접근합니다. 술에 약한 카시오에게 계속 술을 권하면서 취하게 만듭니다. 카시오가 비틀거리면서 전임 총독인 몬타노와 시비가 붙고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로데리고와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주변이 시끌벅적 해지면서 카시오의 칼에 몬타노가 부상을 입습니다. 이걸 옆에서 부추기면서 지켜보던 이아고가 로데리고에게 비상상황을 알리는 종을 울리게 합니다.


승전 축하의 파티가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마침내 성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오텔로가 등장합니다. 터키군을 물리치고 기분 좋은 날에 무슨 난장판이냐며 소리칩니다. 여기서 오텔로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Onesto Jago!” 정직한 이아고!라고 부릅니다. 술에 취해 쓰러진 카시오 대신 이아고에게 자초지종을 말해보라고 하죠. 이아고는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립니다. 직접 말하기 어렵다며 망설이다가 카시오의 잘못으로 부상자도 나오고 소란스러웠다고 말을 흘립니다. 이에 오텔로는 곧바로 카시오를 부관에서 해임해 버립니다. 이아고의 첫 번째 계획이 성공하는 순간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해 낸 인물 중 가장 교활하고 이중적인 캐릭터를 가졌습니다.


모두들 퇴장하고 오텔로 홀로 남아있는 방에 데스데모나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다가옵니다. 부부는 아름답고 황홀한 이중창을 부릅니다. 셰익스피어 원작에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연애 부분이 빠져 있다고 했죠? 지금 두 명이 부르는 이중창이 바로 오페라에서 빠진 셰익스피어 원작 1막에서 두 명이 사랑에 빠진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오텔로, Gia nella notte densa]

밤은 점점 더 깊어 가고 소란은 잠잠해졌습니다.

분노했던 나의 마음도 그대의 품에서 다시 평온을 찾았습니다.

거센 노여움 뒤에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면 전쟁이 일어나도 두렵지 않아요

[데스데모나]

나의 위대한 용사여!

너무나 깊은 고통, 많은 한숨들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달콤한 속삭임을 기억하시나요?

당신은 내게 말하곤 했습니다.

기나긴 타지생활동안 겪었던 많은 고통들을

나는 두려움에 가슴 졸이면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오텔로]

그리고 칼이 부딪히는 무용담을 당신에게 들려주었지요

소나기처럼 퍼붓는 화살들 틈에서 담쟁이넝쿨처럼 성벽에 매달리기도 했던 이야기들.

[데스데모나]

그리고 당신은 나를 황량한 사막으로 이끌었죠

당신의 고향에 대해서도 말했지요.

그리고 당신이 사슬에 묶여 지냈던 노예생활의 고통도 내게 말해주었죠

[오텔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당신의 얼굴은 눈물로 가득했지요.

당신의 입술에서는 탄식이 흘렀고 하늘에서 내려온 별처럼 당신의 환한 얼굴이

나의 어두운 가슴을 밝혀주었어요.

내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위험까지도 당신은 사랑해 주었고

나의 고통을 위로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데스데모나]

당신이 겪었던 고통까지도 나는 사랑했습니다.


[Editor’s comment]

아리아를 들어보니 어떻습니까? 오텔로와 데스데모나의 결혼과정의 단면을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오텔로가 젊은 시절 당했던 고통에 대해 데스데모나가 공감하고 이해해 주면서 사랑이 이뤄졌다는 내용입니다.


오텔로는 피부색이 검은 사람입니다. 오페라에서는 무어인이라고 나오죠. 무어인은 8세기 정도부터 이베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살았던 아랍계 무슬림을 말합니다. 이들의 특징은 일단 피부색으로는 흑인에 가깝지만 언어적으로는 아프리카 계통보다는 아랍적인 요소가 더 강한 편입니다. 유럽에서 용병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배경의 사람이 동서양 무역을 독점 중개하던 베네치아의 고급 장교가 될 수 있었을까요? 베네치아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국가형태의 나라였습니다. 동서양의 문물이 교차되는 지점이기도 했으니 자연스럽게 여러 인종들이 섞여서 지내는 글로벌 무역항이기도 했죠. 아프리카 출신의 검은 피부색을 가진 무어인 용병 장군 오텔로는 굉장히 어렵고 힘든 과정, 전쟁과 권력다툼을 거쳐서 당당히 상류사회에 편입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베네치아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키프러스라는 섬의 총독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개인 능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오텔로의 옆에 베네치아 귀족 출신의 백인 여인이 그 고통스러운 남자의 이야기들 들어주고 동정하며 부인으로 있으니 주변의 시기와 질투는 보통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셰익스피어 원작 1막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둘의 결혼은 데스데모나 아버지(브라반쇼)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데스데모나는 가출하여 오셀로와 몰래 비밀결혼을 했고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말리지만 스스로 오셀로를 사랑한다고 합니다. “저는 오셀로의 얼굴에서 그의 마음을 보았고 그의 명성과 용맹스러운 자질에 저의 영혼과 운명을 바쳤습니다” 데스데모나가 베네치아 공작과 귀족들 앞에서 한 말입니다. 도전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시 사회 통념상 아름다운 백인 귀족이 흑인 무어인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파격적으로 시작한 둘의 결혼생활이 순탄하게 흘러갈까요?


1막에서 둘은 마치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복해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오텔로 자신의 성격이었습니다. 그는 부인을 점차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2막에서 이아고는 오텔로의 심리를 꿰뚫고 그를 파멸로 치닫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사랑의 2 중창 마지막 “un bacio…un bacio…ancora un bacio 키스를… 키스를…한번 더 키스를…”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과 음악입니다. 오페라의 마지막에 똑같은 대사와 음악이 흐릅니다.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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