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G.PUCCINI (1858~1924)
원작 : 데이비드 벨라스코의 희곡 <나비부인, Madam Butterfly>
대본 : 루이지 일리카, 주세페 자코사
초연 : 1904년 2월 17일, 밀라노 스칼라 극장 / 1907년 개정판
배경 :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 , 일본 나가사키
수많은 오페라 작품들의 프리마돈나 중에서 그 이름 하나만으로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배역이 몇 명 있는데요. 예를 들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카르멘,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라>의 비올레타,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미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나비부인도 몇 손가락 안에 뽑힐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등장부터 몰입해서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피날레의 오케스트라가 잦아들고 막이 내리는 순간 모두가 나비부인이 되어 함께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게 되거든요.
오페라 작품들의 제목을 정할 때 오페라의 주제를 함축할 수 있는 의미의 단어를 쓰는 경우가 있고 아예 여주인공인 프리마돈나 또는 상대 남자 주인공 테너의 작품 배역을 따서 정하기도 합니다. 베르디 작품들 중 리골레토, 돈 카를로, 아이다 등이 그렇습니다. 많은 작품들이 타이틀 롤의 배역을 작품의 제목으로 하였지요. 푸치니의 나비부인도 프리마돈나의 이름을 작품의 제목으로 한 작품입니다.
나비부인은 초초상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결혼 전에 초초상, 나비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결혼 후 장면부터는 계속해서 나비부인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에 대해 조금만 더 얘기하자면 초초상은 일본어 음독이고 한자로 적으면 蝶蝶樣입니다. 나비를 뜻하는 ‘접(蝶)’, 우리말에 이름이나 성에 붙이는 ~씨에 해당하는 ‘상’을 붙여서 만든 것입니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 게이샤가 되면서 부르기 쉽게 별칭, 애칭으로 ‘나비’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을 겁니다.
TV, OTT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기 중 원래 옛날부터 집안은 뼈대 있는 가문이었는데 갑자기 몰락하여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주인공은 시장의 허드렛일부터 시작하여 술집에 종업원으로 들어가서 일하게 됩니다. 사리판단이 부족한 어린 나이에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얘기로 전개되는 플롯들 생각 나시죠? 보통 이런 이야기는 힘든 생활을 극복하고 우여곡절 끝에 집안을 다시 일으키는 이야기로 대개 흘러가고 해피엔딩으로 드라마는 마무리됩니다. 나비부인의 스토리도 시작은 이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결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슴 아픈 얘기입니다. 푸치니 오페라의 프리마돈나들, 특히 나비부인은 너무나 슬픈 운명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초초상의 직업은 게이샤입니다. 게이샤는 일본말이고 우리말로 옮기면 기생(妓生)이라고 합니다. 당시 일본 기생은 술집에서 손님에게 술을 따르고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지만 어느 정도 교양을 갖추고 있는, 사회 최하 계층은 아닌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초초상도 원래는 괜찮은 집안이었다는 얘기가 작품 내에 나옵니다. 하지만 현재는 본인 힘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여인이 결혼하게 되는데 상대는 일본 남자가 아닌 핑커튼이라는 미국 해군 장교입니다. 군함을 타고 와서 나가사키 항구에 잠시 머무는 동안 어린 게이샤 초초상을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오페라가 시작합니다. 당연히 남자는 현지에 주둔하는 동안 같이 지낼 여자정도로 생각한 것이고 초초상은 전혀 그걸 모르고 진심으로 결혼을 맞이하면서 처음부터 생각이 다른 두 남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푸치니는 한 번도 일본에 다녀온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여인과 미국의 남자를 통해 현재에도 수많은 관객들은 나비부인의 슬픔에 손수건을 꺼내며 공감합니다. 배경은 일본이고 일본여자와 미국군인의 얘기를 그리고 있지만 사실 이런 슬픈 사랑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하여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지금 우리 옆에서도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기에 초연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관객들이 객석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고 있는 것이겠죠. 푸치니의 아름다운 음악까지 더해서 그 감동은 폭발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