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막 : 나가사키 항구가 보이는 언덕 위의 집
막이 시작하면 부동산 중개업자이자 중매인 역할을 하는 고로라는 인물이 미국 해군장교 핀커튼에게 나가사키 항구가 잘 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작고 아담한 집 하나를 소개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라는 이름이 붙은 배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에 정박한 핀커튼이 일정기간 묵을 숙소입니다. 일본 주재 미국 영사인 [샤플레스]가 새로 부임한 장교를 만나러 집으로 올라옵니다. 고로가 핀커튼에게 집을 자세히 안내하며 오랜 기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고 또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핀커튼은 저 멀리 바다를 보면서 자신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모험을 좋아한다고 허세 부리면서 가는 곳마다 예쁜 미인들을 만난다고 떠벌립니다. 샤플레스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면서 그런 태도는 당신의 마음만 공허해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조언합니다. 샤플레스 영사는 미국인이지만 초초상을 가엾게 여깁니다. 핀커튼에게 없는 타인에 대한 배려, 신사적인 매너를 갖고 있지만 남의 일에 한 발짝 떨어져 보고만 있는 소심한 인물입니다.
샤플레스는 얼마 전 초초상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본인 생각에 그녀는 진정한 사랑에 빠진 것 같았고 그녀의 진실한 마음을 이용하여 상처 주는 일은 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물론 핀커튼은 영사님이 노파심에서 하시는 말씀이라면서 설명 안 해도 다 안다고 대답하죠. 아직 주인공인 나비부인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오페라는 비극으로 진입을 한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둘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나가사키에서 맞을 신부(초초상)에 대한 기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돌아가서 미국인 신부를 맞이하게 될, 제대로 된 미래의 결혼식을 위해 건배를 하자는 얘기를 나누거든요.
초초상이 저 멀리서 언덕을 올라옵니다. 나는 일본에서, 아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여자입니다.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신부와 함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그녀의 운명을 암시하듯 쓸쓸하고 처연하게 들립니다. 남자 주인공인 핀커튼이 이미 집에서 기다리고 있고 여주인공 나비부인이 만나서 인사합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아버지의 죽음과 집안의 몰락으로 가난해져서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이샤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나이는 열다섯입니다. 오케스트라는 낯설고 동양적인 선율을 드리웁니다.
결혼식 장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초초상이 자기소개를 하고 방에서 상자를 꺼내어 몇 가지 소지품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에 작은 칼을 보여주는데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고 설명합니다. 원래 뼈대 있는 집안 출신을 보여주는 듯 초초상의 아버지가 물려주신 칼입니다. “명예롭게 살지 못할 바에는 명예롭게 죽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도 또 하나의 소지품인 작은 불상을 하나 보여주는데 엊그제 삼촌이나 친척들 모르게 혼자 교회에 갔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될 사람과 같은 신을 믿겠다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종교까지도 바꿨다는 의미죠. 주변 가족들이 뭐라 해도 자신은 남편만을 바라보겠다는 결혼에 대한 순수한 기대감이 넘칩니다. 바로 뒤이어 친척들이 나와서 소란을 피우면서 집안의 신을 버리고 교회에 간 것에 대해 질타하고 가족과의 인연을 끊겠다고 하고 퇴장합니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오페라에서 초반에 보이는 소품들은 중요한 내용을 함축하거나 사건의 복선을 암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불상은 초초상 및 가족들의 정신적인 우상이죠. 그리고 칼은 무슨 의미일까요?
해가 지고 샤플레스, 고로 등 일행 모두 돌아가고 둘만 남아 첫날밤 사랑의 이중창을 시작합니다.
[나비부인과 핀커튼의 이중창, Vieni la sera]
[나비부인] 저를 사랑해 주세요. 조금만 사랑해 주세요. 어린아이를 사랑하듯
우리는 작은 것들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겸손하고 조용하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고 약하고 부드럽죠.
하지만 하늘처럼 넓고 바다처럼 깊죠.
나를 사랑해 주세요.
아름다운 꽃과 같이, 밝게 빛나는 끝없는 하늘 같이, 저 깊은 바다같이
[핀커튼] 내가 사랑하는 이 손에 입맞춤하고 싶어요
나의 나비! 당신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나비부인] 사람들이 말하길 바다 저편에서는
나비를 잡아서 핀으로 몸통을 찌르고 고정시켜 놓는다고 하더군요
[핀커튼] 그런 일도 있긴 합니다.
그래야 나비가 날아가지 못하니까
나도 당신을 잡았으니 그대는 나의 것입니다.
자 이리 오시오
당신의 불안한 마음에서 두려움을 버리세요.
평화로운 밤입니다. 모든 것이 잠들었어요.
[나비부인] 아 사랑스러운 이 밤
저 빛나는 별들 이렇게 아름다운 별빛은 본 적이 없어요
[핀커튼] 내가 당신의 날개를 붙잡았으니 이리 오세요.
나비부인과 핀커튼이 부르는 이중창입니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푸치니의 관현악은 선명하고 끊임없이 흘러가고 연출가는 이 부분에서 관객의 감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합니다. 오페라의 수많은 매력 중 테너와 소프라노가 부르는 이중창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는데 이렇게 길고 아름다운 이중창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사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음악만 들어도 감정의 극한으로 치닫는 아름다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위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결혼 첫날밤에 신랑, 신부가 주고받는 대화라고 하기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습니까? 형제, 자매 없이 친척들까지 버리고 홀로 남은 여인이 생각하는 결혼생활의 행복한 모습과 대비되는 나비를 잡아서 핀으로 고정한다는 얘기는 무서운 생각까지 듭니다.
두 시간정도 작품이 올라가는 동안 프리마돈나가 무대에서 거의 내려가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난이도 높은 노래를 부르고 연기해야 합니다. 오페라 속 주인공의 나이는 열다섯 살입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는 그 복잡한 감정표현까지 잘 해내야 비로소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겠죠. 1막의 마지막 <사랑의 2 중창>은 거의 20분에 달하는 곡입니다. 이중창을 다 부르고 잠깐 퇴장했다가 바로 2막이 시작하면 등장하여 노래를 불러야 하기에 집중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힘든 곡입니다. 게다가 1막의 초초상과 이어지는 2막의 나비부인은 물리적 시간으로는 3년이 지난 걸로 나오지만 마치 30년간 인생의 우여곡절을 다 겪은 여인처럼 깊은 마음을 담아 불러야 하는 배역이라 많은 소프라노들이 부르고 싶어 하는 배역이지만 꽤 난이도가 높은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