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부인 (4)

by operabluff

제2장 : 이튿날 아침, 나비부인의 집

나비는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동이 틀 때까지 뜬 눈으로 지새웠습니다. 스즈키와 아이는 옆방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3막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만으로 시작합니다. 남편을 기다릴 준비를 마치고 밤을 새우면서 기다리는 나비부인의 모습입니다. 저 멀리 부두에서 합창이 들리는데 <허밍 코러스>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진 이 곡은 밤에 불빛만 반짝 거리는 항구의 아름다운 모습과 어우러져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어주는 곡입니다.


동이 트고 스즈키가 일어나서 밤새 피곤한 나비부인에게 아이 옆에 가서 쉬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 이때 핀커튼과 샤플레스가 같이 나비부인의 집으로 찾아옵니다. 스즈키는 격앙된 목소리로 부인은 3년 동안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언덕에 올라서 들어오는 배의 깃발을 보면서 기다렸다고 토로합니다. 이 얘기를 들은 핀커튼이 하는 말은 나비부인을 걱정하기는커녕 자고 있는 걸 깨우지 말라며 골치 아프게 됐다고 얼굴을 돌립니다. 더 비극적인 것은 핀커튼이 혼자 온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돌아가서 결혼한 새 부인과 함께 찾아왔다는 것이지요.


핑커튼이 3년 만에 다시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만약 새로 미국에서 결혼을 했으면 나비부인은 잊고 거기서 살아도 될 거 같은데요. 혼자 와서 나비부인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내와 함께 왔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입니다. 스즈키는 나비부인을 생각하며 슬픔의 눈물을 보입니다

핀커튼은 돈을 꺼내서 샤플레스에게 쥐어 주며 나비를 부탁한다고 하고 본인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밖으로 뛰어나가버립니다.


[핀커튼, Addio, fioricoto asil]

꽃으로 가득한 사랑과 행복의 집이여 안녕..

그토록 따뜻했던 나의 집이 이제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네

이 비참한 기분을 견딜 수가 없구나

난 더 이상 여기 머무를 수 없어

이 비참한 기분을 견딜 수 없어


테너가 부르는 짧은 마지막 아리아입니다. 본인도 민망한 상황임을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을까요? 더욱 찌질 한 것은 잠들어 있는 부인을 깨워서 얼굴이라도 한번 보지도 않고 나가버리고 마는 모습입니다. 본인이 직접 여기 온 이유를 얘기하기엔 죄책감이 들었을까요?

이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서 있던 핀커튼의 아내가 입을 여는데 바로 초초상과 핀커튼 사이에 낳은 세 살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스즈키는 남편 없이 기다린 게 3년인데 이제 아이까지 데려 가겠 다니 너무 슬픈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죠.


이때 방 안에서 눈을 붙이고 있던 나비부인이 밖의 소란에 스즈키를 찾으며 밖으로 나옵니다. 나오자마자 그이가 왔는지 스즈키에게 묻고 집 앞마당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둘러보면서 남편이 어디 숨었냐는 등 정신이 혼미해진 모습을 보입니다. 눈앞에 핀커튼은 안 보이고 샤플레스와 그의 새 부인 케이트와 마주칩니다.


이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울먹이는 스즈키에게 네, 아니오로 대답하라고 합니다.

“그이가 여기 오셨느냐?” “네”

“그런데 나를 안 보고 가신 건가? 저분들도 알고 계신 거야?”

오케스트라가 잠시 멈추고 스즈키가 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어제 도착하신 거냐?” “네”

케이트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 때문에 무섭다고 합니다. 지켜보던 샤플레스가 안타까운 마음에

“저 여인이 일부러 당신을 불행하게 만든 건 아닙니다” 라면서 그녀를 용서하라고 합니다.

이 순간 낯선 여인이 남편의 새로운 아내인 것을 단번에 알아차립니다.

“내 인생은 뭐 죠? 끝난 건가요?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네요” 라면서 주저앉습니다.


나비부인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남편과 새 아내가 자신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아이를 데려갈 목적으로 찾아온 것을 알아차립니다. 위의 대화 중 스즈키에게 질문을 할 때 그가 여기 왔는지를 일단 확인하고 그다음 질문이 어제 왔느냐고 묻습니다. 핑커톤 부부는 사실 어제 항구에 도착해서 샤플레스를 만나서 나비부인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이미 다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내 자식이니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 키우겠다고 얘기를 하고 다음날 아침이 바로 지금입니다. 사실 핀커튼도 나비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샤플레스와 부인을 남겨두고 나간 걸 보면 스스로 굉장히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샤플레스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미국으로 보내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의견을 제시하지만 나비부인은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칩니다.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 좋지만 절대 아이는 포기 못한다고 소리칩니다. 그러나 곧 핀커튼의 새 부인에게 당신만큼 행복한 분은 없다고 말하면서 결국 원하는 대로 아이를 넘겨주겠다고 하면서 30분 뒤에 아이를 데리러 오라고 합니다. 단, 그이가 직접 아이를 데리러 와야 한다는 조건을 붙입니다.


나비부인은 방으로 조용히 들어갑니다.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1막 결혼식 후 자신의 소지품을 보여준 장면 기억하시나요? 비장한 음악과 함께 조그만 상자를 열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칼을 꺼냅니다. 1막에서 등장한 칼에는 ‘명예롭게 살지 못한다면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리”라고 새겨 있는 것을 잊지 않으셨겠죠? 칼로 자신을 찔러 죽으려는 순간 음악이 고조되면서 갑자기 방으로 아이가 들어옵니다. 아마 스즈키가 나비부인의 행동을 예상하고 아이를 들여보낸 거겠죠. 부인은 아이를 꼭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쏟아냅니다. 객석에서도 도저히 눈물을 참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나비부인, Tu, piccolo, addio]

내 귀여운 아가, 내 사랑스러운 아가, 꽃처럼 어여쁜 아가

엄마는 너를 위해 죽는 단다.

너는 바다 건너 떠날 거야, 사랑하는 내 아가

훗날 나이가 든 후에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슬퍼하지 마라

하늘에서 내려 주신 내 아가야

엄마의 마지막 얼굴을 자세히 보렴

희미하게 라도 기억해 주면 좋겠다.

내 사랑, 안녕, 안녕히!! 내 작은 사랑아, 안녕...

자 이제 나가서 놀아라.


홀로 남은 나비부인은 칼을 들고 목을 찌릅니다. 이 순간 밖에서 핑커톤이 멀리서 나비부인을 부릅니다. 오케스트라가 나비부인, 초초상의 죽음을 격렬하게 슬퍼하면서 막이 내립니다.


[Editor’s comment]

푸치니는 오페라를 총 10편 작곡했습니다. 관객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대표적인 작품이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네 작품정도가 현재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라갑니다. 물론 나머지 작품들의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들마다 프리마돈나의 슬픔의 크기를 비교해서 줄 세우기는 어렵지만 상대의 진정한 사랑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여자로 남아서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배역은 나비부인이 대표적입니다. <라보엠>의 미미도 풋풋한 청춘의 사랑을 만들면서 시작을 하고 <토스카>의 프리마돈나 토스카도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삶을 마무리하게 되죠.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 공주는 마지막에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주제를 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비부인 이야말로 푸치니 오페라 속 여인들 중 관객들로 하여금 가장 애틋한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인물입니다.


푸치니는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자리매김하며 다양한 방면에서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렸다고 합니다. 그의 럭셔리 한 취미생활은 유명한데 무려 20여 대 자동차를 보유할 정도였고 스피드 광이었다고 하죠. 자동차뿐 아니라 요트에도 관심이 많아서 배를 몇 척 구입하는데 1910년 서부의 아가씨를 무대에 올릴 무렵 요트 한 척을 구입하여 배의 이름을 초초상이라고 붙였다고 합니다. 자신이 만들고 음악을 붙인 오페라 중 가장 사랑하고 아끼던 프리마돈나가 아니었을까요?

이전 16화나비부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