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겨울 Jan 29. 2020

슬픈 생각

맴돌던 이야기들이, 종이를 펼쳐 들자 본디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되어버린다.

그것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깊숙한 사실을 적은 것이 오래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꺼내 놓지 못한다.

흔적을 남기는 것은 놀라운 일. 따라서 흔적은 정제된 것이어야만 한다. 불안감에 시달린다. 근원이 무척이나 분명해서 해소할 길 없는 불안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달콤한 거짓을 취하는 일이 나을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근 일 년 여를 환상 속에 지내왔음에도, 여전히 바람은 가깝고 현실은 등 뒤에 둔다. 드러내지 않은 그 입술에 진심이 있다. 드러내지 않음으로 알 수 없고, 알 수 없어 더 나쁜 경우를 슬픈 생각이라 명명한다. 슬픈 생각이라니. 생각이 슬프다는 말이 어딘가 어색하게 들린다.

어색하게 들린다. 자연스러울 수 없는 일은 그러므로 수이 멈추지 않는다. 해가 길어졌으나 곧 어둠이 깔린다. 걸음을 옮기기가 조심스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