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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Jul 29. 2020

작고 어리석은 시절

   비가 왔었고 날이 서늘해졌다. 내일은 후텁지근하리라는 예보를 들었으나 그것은 내일의 일이었다. 어두운 방 안에는 외벽을 치는 빗소리가 들렸다. 비 오는 것을 좋아하나 새 신을 탓하며 짐짓 아닌 척했었다.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멀게 또는 가깝게, 그리고 작게 두런거렸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작고 어리석은 시절이 있었다. 고어(古語)의 어리다와 어리석다는 뜻이 다르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인지 사람인지를 알 수 없던 시절이었다.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했던 나는 작기에 어리석었다.
 
   한없이 커지다 문득 부질없어지는 것의 연원에는 그날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의 기록을 좋아한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돌아보는 것은 빗소리로 족했다. 기다리는 것은 늘 차가운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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