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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Feb 04. 2020

달에서 온 메시지

1

  196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메시지가 도착했다. "우리는 달에서의 일출을 곧 보게 될 것입니다. 지구에 계신 모든 분들께. 아폴로 8호 비행사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이들의 메시지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세 명의 우주비행사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그들은 돌아가며 킹 제임스 흠정역의 창세기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1장 10절까지를 읽고서, 그들은 "아폴로 8호 승무원들로부터, 좋은 밤을 보내시길 빌면서 마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나님의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지구의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하는 인사말로 그들의 메시지를 마무리지었다.



2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달 표면에 작은 발자국을 남긴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은, 연료가 1분 치밖에 남지 않은 달 착륙선을 수동으로 제어하여 안착시킬 만큼의 숙련된 조종사였으나, 부정관사 a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한 덕분에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암스트롱에 이어 달 표면에 내린 버즈 올드린은 비록 달에 내린 최초의 사람이 되지는 못하였지만, 달에서 최초로 성찬식을 진행한 사람이 되었다. 또 하나, 토이 스토리의 버즈 라이트이어는 그의 이름을 받았다.



3

  로널드 레이건은 침통한 표정으로 연두교서를 대신해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달 착륙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때로부터 세월이 많이 흐른, 1986년의 겨울이었다.

  "Nineteen years ago, almost to the day, we lost three astronauts in a terrible accident on the ground. But, we’ve never lost an astronaut in flight."

  (우리는 19년 전 이맘때 지상에서의 끔찍한 사고로 세 우주 비행사를 잃었지만 비행 중에 이런 비극을 겪은 적은 없습니다.)

  "We mourn seven heroes."

  (7명의 영웅들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Nothing ends here; our hopes and our journeys continue."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우리의 희망과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주왕복선은 이륙한 지 73초 만에 폭발하였고 7명의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였다. 최초의 민간인 탑승자이자 ‘선생님을 우주로’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교사 매컬리프(McAuliffe)도 그들 중 하나였다. 아마도 사고가 없었다면, 이 여성은 우주에서 미 전역의 학생들에게 원격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발사와 폭발, 잔해물 추락의 전 과정은 TV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레이건은 연설문을 계속 읽어나갔다. 그는 이 사고로 특별히 큰 충격을 받았을 이들을 기억하며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And I want to say something to the schoolchildren of America who were watching the live coverage of the shuttle’s take-off."
  (우주선 발사 생중계를 지켜본 어린 학생들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I know it’s hard to understand, but sometimes painful things like this happen."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종종 이런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합니다.)

  "It’s all part of the process of exploration and discovery."
  (모든 것이 탐험과 발견의 과정입니다.)

  "The future doesn’t belong to the fainthearted; it belongs to the brave."
  (미래는 소심한 이들이 아닌 용감한 이들의 것입니다.)



4


  반절의 달빛이 푸르스름했다. 어둠 속에서 너는 달의 모양을 한 알파벳을 외치며 이내 온전해질 그것을 기대했다. 어둠 속에서 너의 얼굴이 푸르게 빛났다. 별 하나 없는 밤하늘에도 총총히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까 염려하면서, 나는 가만히 웃음 지었으나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인간은 더 달에 가지 않는다.



5

  "We will never forget them, nor the last time we saw them, this morning,"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마지막 모습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as they prepared for their journey and waved goodbye and slipped the surly bonds of earth to touch the face of God."
  (그들은 여정을 준비하며 작별 인사를 했고 지상의 험악한 굴레를 벗고 신의 얼굴을 만지러 떠났습니다.)



사진: 아폴로 8호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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