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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Feb 03. 2020

하얀, 나비 한 마리

하얀 숨결이 파닥이는 날갯짓으로 검은 하늘에 맺혔다 이내 사라지면

어느, 열대 우림을 생각한다.

뜨겁고 습한 공기가 나무 잎사귀를 건들이며 가만히 돌아 나가는 그곳을, 그리고 그곳을 내려다보는 하얀 나비 한 마리를 생각한다. 나비는 조심스레 자기가 있었던 곳을 떠올리다가, 자기가 있을 법 했던 곳을 그리다가, 그렇게 다시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늘어 붙는 공기 사이로 찢어질 듯 가늘게, 날개 하나를 밀어 넣는다.

날개 죽지를 팔랑거리며 그것이 손가락 새 앉았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듯도 하다. 하얀 실오라기 하나가 고개를 든다. 대지가 축축하게 내려앉는다. 날개를 잡아당기는 공기를 따라 잠자코 고개를 숙인다. 눈꺼풀이 덥힌다. 눈이 시렸고, 눈이 부셨고, 해가 저물었고 그것은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나비는 잡히지 않는다. 박제가 되는 순간 그것은 나비가 아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얀, 나비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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