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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Feb 04. 2020

보고 싶은 마음

 고독이 눈 앞의 일인 양 살아가니 사람이 사람을 보고 싶다는 감정은


 새로 나온 영화가 보고 싶거나 기대되는 공연을 기다리는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랑에 빠져 있다 믿을 때 불현듯 보고 싶다, 는 어절로 맺는 문장이 손 끝에서 이른 새벽 보랏빛 나팔꽃처럼 터져 나왔으나


 저녁이면 지고 마는 그것처럼 단어에는 깊이가 있을 수 없었다. 보고 싶으면 언제고 보게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치기 어린 교만. 그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보고 싶다 쉽게 말하고 쉽게 이루고 쉽게 잊었다. 두 눈의 망막에 잠시 맺히는 상으로서의 당신을, 당신의 연약한 그 흔적을 잠시 잡아두는 오직 그것을 바란다는 의미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람 보길 원하는 것이 그것 이상의 감정인 줄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어느 누구에게 함부로 보길 원한다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빛의 장난과는 거리가 있는 줄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누군가 수이 그리워하지 않으려 했다. 그것은 쉽게 이룰 수 있지 않음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나서부터는,


  다만 혼자 공상하는 것이 모두에게 피해가 없는 줄로 생각하게 되었다. 달아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두가 무사하면 그만이라 여겼다. 청승인 줄 알았지만 더러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알았다. 나는 고독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하길 원한다.
 
  계속 그러하길 원한다.
 

  그러나

  오늘은 덜컥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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