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의 순수성(3)
반복되는 알람. 반복되는 일상.
게임도 지루했고, 수업은 더 지루했으며, 과제는 목을 졸라맸다.
알바라도 시작해야 하나. 매끈하기 그지 없는 손을 바라본다.
아니, 내 주제에 무슨, 나는 그저 한 평 떼기 방 안에서 조용히 삶을 축내고, 부모의 삶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는 것에 만족하는 인간이다.
짐을 싸서 문을 열고 나선다. 드르르르륵. 뭔가 낯설지 않은 소리가 맴돈다.
병뚜껑? 어제도 있지 않았나? 내가 치우지 않았었나?
아니, 어제 들어올 땐 있었나?
상식적인 생각을 시작한다.
1. 어제 아침. 나는 병뚜껑 소리를 들으며 나왔다.(즉, 문이 열릴 때 들릴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병뚜껑이 있었다.)
2. 어제 저녁, 나는 귀가했다.(이 때 병뚜껑 소리가 들렸는지 모르겠다.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3. 오늘 아침. 또 병뚜껑이 있었다.(문이 열릴 때 들린 걸 보니, 누군가 문에 가깝게 붙여 놓은 것이 분명했다.
4. 수업에 늦었다. 뛰어야 한다.
거기서 생각은 정지. 잽싸게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띠리링. 내려간 내 뒤로 어딘가의 문 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