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의 순수성(4)
수업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생일이 즈음이라 친구들이 놀러 오기로 했었다.
갑자기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아침에 생각한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 특별한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친구들의 연락이 왔다. 배고파 병신아.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새끼들 하나도 안 변했네.
밥술을 할 겸 근처에 저렴하고 맛있는 술집으로 친구들을 인도했다.
대략 반 년 만에 만나지만 친구들에게 딱히 변한 점은 없는 것 같았다.
달라진 건, 졸업에 가까워져서인지, 다들 취업에 대한 불안함과 비슷한 문장을 수 십, 수 백 번 다른 문장으로 써야하는 자기소개서로 인해 지쳐 보인다는 점 정도였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 인간은 상품인가.
서로를 상품으로 취급하고 고급품으로 취급받기 위해 안달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동물이 동물이기 위한 조건이 있듯, 인간도 인간이기 위한 조건이 필요했다.
한창을 얘기하던 중 안주가 동이 났고, 우리는 자리를 옮겨 나의 집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길, 4층에 도달하자 401호의 문이 열려있고, 그 곳에 거주중인 60대 노인이 밖에 나와 서있었다.
흠칫. 나는 놀랐지만, 태연하게 내 방으로 향해 문을 열고 친구들을 기다렸다. 바로 뒤에 올라오던 친구들도 놀란 기색을 띄었지만, 제법 태연하게 내 방으로 들어왔다.
순간, 방에 돌아온 것이 아닌 방에 고립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