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인가?

위협의 순수성(6)

by 농어

다음날 잠에서 깨어 친구들을 보낸 후, 라면을 하나 끓이며 그제야 나는 휴대폰에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쌓여 있는 단체 메시지를 무시한 후, 아침에 가장 먼저 나간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를 눌렀다. 「야, 어제 나와 있던 할아버지 집 앞에 서 계시더라. 놀라서 기절할 뻔」

그제야 친구가 왜 문을 나서자마자 인사를 했는지 눈치 챘다. 소름끼치네, 그 할아버지는 왜 그 이른 시간에 밖에 나와 계시지, 하긴 나이가 들면 밤잠이 없어지니까 그러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한다.

근처에 사는 후배에게 해장을 할 겸 집을 나선다. 드르르륵. 그래, 이젠 확실해졌다. 누군가 확실한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를 파악하기 위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땅을 살금 더듬어와 병뚜껑을 놓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는 병뚜껑을 집어 들었다. 처분을 고민하던 나는 보다 적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반계단 아래에 한 귀퉁이에 병뚜껑을 모으자는 생각을 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연원을 알 수 없는 판단이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후배를 만나 순댓국밥을 한 그릇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나는 별안간 병뚜껑에 대해 언급하고 싶어졌다. 내가 재밌는 얘기가 있는데. 후배는 귀를 기울였고, 나는 그간 있었던 사건들을 나열하여 설명했다. 후배는 다소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니 그냥 실수인거 아니냐 막 데자뷴가 뭔가 그런 거 아니냐고 일축했다. 하긴 이 묘한 감각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단어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니까. 피식 웃으며 나도 됐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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