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제발 그것을 내버려두라.
“이걸 만들지 못하면 다음 것은 할 수 없습니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한번 쯤 들어봤을만한 말이다. 맞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답답함이 밀려온다. 외부의 통제로 인해 뭔가 할 수 없다는 답답함일수도 있고 우리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감정일 수 있다.
사실, 원하는 결과/ 그림을 100%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변수들을 정의하고 통제한다. 나 역시 그래왔다. 그럼 어느 순간 목표 달성을 위해 쏟는 에너지보다 변수 통제에 쏟는 에너지가 더 많아진다.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공감할 것이다. 물론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변수 통제, 빡빡한 가이드 안에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난 어떻게 변수를 더 잘 통제할 것인가 보다 변수 통제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해왔다. 여기서 내가 배운 건 변수와 가이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변수는 일이 되게끔 하는 핵심 지표이며, 가이드는 일이 되는 과정에서 지켜져야 하는 일정한 범주의 사전 약속들이다.
즉, 변수는 목표 달성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달성되어야 하기에 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목표달성이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가이드는 목표 달성과정에서 브랜드와 제품의 컨디션이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맞게 가이드 역시 유연하고 그 범위 안에서 결과물이 변경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A브랜드가 있다. 목표는 분기 내 매출 100억원 달성이다. 여기에 필요한 변수는 뭐가 있을까? 제품의 객단가, 구매수, 사이트 방문자수, 전환율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지표들은 서로 간에 영향을 주면서도 각 지표가 일정 수치 이상 달성이 되지 않을 경우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즉, 이런 지표는 각각 달성이 되어야 하는 변수다. 우린 이런 변수들을 통제/관리 하면서 목표들을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추가적인 다른 변수들(유연함이 없는)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목표달성은 어려워지며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꼭 지켜야하는 변수들이 많아짐에 따라) 가령, 브랜드 에셋의 정의, 디자인 퀄리티, GTM(Go to market) 전략 등 목표달성을 위해 다양하게 시도되어야 할 전술적 실행을 ‘변수 통제’ 관점(꼭 지켜야 하는)으로 바라보게 되면 팀은 유연함에서 멀어지고 경직된다. 경직된 팀에게 실행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 가이드는 어떨까? 가이드는 제품/브랜드의 비전, 목표, 성장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가이드는 특정 누군가의 머리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서로 조직/파트너 모두에게 주기적으로 반복되서 전달되어야 한다. 모두가 가이드를 인지하고 익숙해지면 그 안에서 자유로운 실행이 나오며 목표 달성을 위한 상상하지도 못했던 결과들을 실행할 수 있다.
결국, 목표달성을 위해 필수조건인 변수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며 가이드는 현재 단계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해나가야 한다. 아주 훌륭한 인재로 모인 유능한 팀이라도 하나의 실행을 함에 있어 반드시 통제 되어야 하는 변수가 많다면 한걸음 떼기도 쉽지 않다.
난 최근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매일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전에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하면 최상의 달리기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날씨’라는 변수를 지정해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마라닉TV’ 유튜브를 통해 ‘날씨’는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말을 듣자 생각이 180도 바뀌게 됐다. 즉, 달리는 것에 있어 날씨를 변수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결국 내 선택이며 태풍이라는 최악의 가이드 정도만 만들어주고 그게 아니라면 무조건 뛰는 것으로 디폴트값을 정해 놓으니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그냥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매월 뛰어야 하는 거리의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다.
제품/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변수 통제, 가이드 모두 필요하다. 단, 가이드로만 두어도 될 것을 변수로 생각해 통제해가며 목표 달성을 자꾸 미루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중요한 건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돕는 것’(사업의 본질)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