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단둘이 만나 두어 시간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이 오는 어머어마한 일이라며 어느 시인은 노래했듯,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 존중과 집중을 해주어야 하는 시간이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해야 하고, 무언가 대단치는 않으나 그 사람의 지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만남을 갖는 것이겠지만.
코로나 시국의 지속으로 인해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몇 달을 살다가 지인이 귀국을 앞두고 있기에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주 친하다고도, 그렇다고 친하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분이라 나는 좀 더 그 시간들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었다. 화제가 없거나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오직 두 타인의 만남이라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분과는 괴로운 일이 전혀 아니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마스크를 벗은 채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구나!
2021년을 이틀 남긴 이 시점에서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 이번엔 두어 시간 정도가 아니다. 2021년이라는 해를 나는 48시간 동안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마주한 채 그의 면면을 찬찬히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그간 그도 나도 삶을 살아내느라 마주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찬찬히 들여다보고 추억하며 또한 앞으로의 것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 친하다고도, 친하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이 한 해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처음으로 브런치 북을 발간하고 공모전에 내기도 했으며 쓴 잔을 마셨던 해이기도 하다. 문 앞에서 '미안하지만 안 되겠네요' 라며 공손한 거절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계속, 쓰고 그리자, 나 자신을 위하여, 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약 일주일이 걸렸던 :) 공모전 탈락이 가장 마음 아픈 일이었다면 역설적으로 꽤 성공적인 한 해였다고 평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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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그의 뒤통수를 보여주기 전에 그의 앞모습을 찬찬히 봐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