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무대와 밤무대

소소하게

by 해처럼

때로 스스로가 본업과 과업이, 본질과 껍데기가 뒤바뀐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바심이 들 때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그것은 오락 방송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던 후배 작가 J의 이야기였다. 당시 약 12년 전쯤, 꽤나 ‘떴다’고 할 수 있는 신인 개그우먼이 있었다. 잠깐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행동과 입담이 신선하게 웃겨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 뒤로 소위 ‘잘 나가게’ 되었다. 그녀는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섭외 요청에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는데, 신인인 그녀에게 특별히 가장 높은 출연료를 준 건 ‘밤무대’였던 모양이다. 돈을 벌고 싶었던 그녀는 밤무대 출연에 열을 올렸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밤과 새벽 시간에 일을 하고 낮에는 자는 패턴의 생활을 하게 된다.



결국 밤무대에 치중해서 낮 무대(= 본연의 방송일) 일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방송 섭외 요청을 하면 “저 집 사야 돼요.” 하며 거절을 반복, 자연히 인지도는 줄어갔다. 어느새 새로운 신인이 등장하고 그녀는 그렇게 대중에게서 잊히게 되었다. 인지도 없는 연예인을 밤무대는 부르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대중에게 잊힌 이름이 되었다. 가끔 그 개그우먼이 생각난다. 그녀는 그토록 원하던 집을 샀을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라는 그레샴의 법칙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는 속담도 있다. 껍데기가 뜬다, 며 안치환은 노래한다. 본질의 호도에 대한 경계심. 낮 무대와 밤무대의 적절한 조화. 삶은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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