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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처럼 Nov 13. 2020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읽기의 자율주행


어린 딸이 당신에게
자신이 예쁘냐고 묻는다면
마치 마룻바닥으로 추락하는 와인잔 같이
당신의 마음은 산산조각 나겠지.
당신은 마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을 거야.
당연히 예쁘지, 우리 딸. 물어볼 필요도 없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발톱을 치켜세운 한편으로는
그래 당신은
딸아이의 양어깨를 붙들고서는
심연과도 같은 딸아이의 눈 속을 들여다보고는
메아리가 되돌아올 때까지 들여다보고는
그러고는 말하겠지.
예쁠 필요 없단다. 예뻐지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그건 네 의무가 아니란다.


- 케이틀린 시엘



책의 초반부에 언급하고 있는 이 시를 읽으며 많이 놀랐다. 이 시의 주장에 놀랐고, 내가 딸을 보며 막연히 느끼고 있는 것이 시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 또다시 놀랐다. 저자는 아름다운 외모가 '특히 여성에게' 이미 권력이 된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아름다움은 권력이 맞지만 일시적이고 미약한 것이라는 것 또한 간곡히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여성이 거울 앞에 있는 것만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여성 자신들이 거울을 내면화해버린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 밖에도 미디어나 실제 삶에서 여성이 '대상화' 되는 현상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데, 여기서 ‘대상화’란  우리가(혹은 여성이) 생각과 느낌, 목표와 욕망을 지닌 진짜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대신 몸 또는 신체 부위의 총합으로 취급받는 것을 뜻한다. (나는 방송가에서 일하면서 이러한 대상화를 매일 느끼다시피 했다)


‘대상화'가 조금 더 심각한 차원에 이르게 되면 ‘자기 대상화'의 단계가 된다. 매 순간이 미인대회이며 모든 장소가 다 런웨이가 되어버린다. 즉 거울이 없는데도 마치 거울 앞에 있는 것처럼 행동할 때 발생되는 것이 자기 대상화이다. 특히 여성에게는 어릴 때부터 ‘예뻐야 한다’는 관념이 강박처럼 자리하게 된다. 거의 모든 문화, 모든 사회에서.


이 책에서는 여러 종류의 영화나 드라마 - 섹스 앤 더 시티,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등 -와 실제 사례들을 통해 외모 강박,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의 부추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의 것들이 인상에 남았다.

-굳이 외모를 긍정적으로 (당신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류의) 생각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 생각하라.

-아름다움을 완전히 회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들 뒤에 아름다움을 놓자.


이것은 예쁜 물건을 보면 갖고 싶어 지게 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아이쇼핑을 줄여야 전체적인 소비량도 줄어드는 이치와도 같다.



또한 소녀들에게 (그리고 많은 외모 강박에 자기도 모르게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구체적인 실행 방법인 '하지 말아야 할 목록'이라면 이런 것들이다.


-이상화되고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담은 미디어를 멀리할 . 이런 이미지와 마주친다면 최대한 관심을 갖지  .

-자신을 미디어의 여성 이미지와 비교하지  .

-바디 토크를 하지  

-다른 여성의 외모에 대해 말하지  .

-외모 위주의 sns 중독되지  .


이러한 것들 외에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이 하나 있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여성의 외모 강박을 부추긴 주범의 하나는,
딸들의 어머니들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서는 말보다 행동이   문제가 된다. 딸은 어머니의 행동을 재빠르게 관찰하고 모방한다.”


많은 부모가 본능적으로 딸들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줌으로써 기를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칭찬은 소녀와 여성이 자신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킬 뿐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우리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자신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 우리의 돈과 시간을 다르게 써야 한다. 우리의 몸은  건강해져야 한다. 이제 여성은 시선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넓은 세상에는 봐야  것이 아주 많다. 해야  일이 아주 많다.”



나 또한 여성이며 딸아이의 어머니로써 돌아봐야 할 부분이 참으로 많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딸이 외모를 가꾸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아직 나 스스로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너무 오래도록 그러한 문화에 길들여져 왔다. 떨쳐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러나 하나씩 천천히 그 강박을 떨쳐내 보기로 했다. 시선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더 본질에 집중하는 나와 너를 포함한 모든 딸들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해처럼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저자: 러네이 엥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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