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일 년 간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 기한이 거의 다 되어간다. 이 전대미문의 코로나 집콕의 해에 매일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구원이기도 했고 고행이기도 했으며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라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마치 며칠 동안 새로 장보기를 하지 않고 냉장고를 파먹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스스로 경험한 것, 보고 듣고 읽고 기억하고 느낀 것들이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인간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쓰기의 도마 위에 올려두고 나름의 레시피로 손질을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은 너무 팔딱거리고 싱싱해서 도저히 도마 위에 올릴 수조차 없었고, 어떤 것들은 지나치게 오래되어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재료들도 있었다. 그런 소재들로 요리를 할 수는 없었다.
냉장고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 다르고 그 안에 있는 재료들의 양도 종류도 질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 안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으며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는가 하는 것은 스스로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꼼꼼하게 점검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이 일년의 혹은 일련의 날들은.
어쩌면 인생은 냉장고를 채워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그곳에는 내 의지와 무관한 기억이 쌓이기도 하고 가끔은 그것을 끄집어내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떤 것은 너무도 달콤하여 매번 요리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어 쓰는 식재료도 있다. 자의건 타의건 그 안에 채워진 것은 나의 인생이다. 내 인생의 한 찰나들이고 영원들이다. 누구도 자기 냉장고 속 재료 이외의 것들로 남의 것을 흉내 낼 수는 없다. (흉내 내는 순간 바로 티가 난다)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면 새로운 경험을 해야만 하는 원칙이 지배한다. 매번 에너지를 들여 새 재료들을 채워두어야 요리가 풍성해지듯이. 냉장고의 내부는 차갑게 유지되어야 하고 외부는 뜨거워야 한다. 우리의 뇌와 심장의 온도가 그래야만 하듯이.
하루하루 무언가를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허기를 채우는 것처럼 매일매일 의식의 냉장고 깊은 곳에서 재료들을 끄집어내어 무언가를 써야만 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그것을 새삼 깨닫게 된 일 년의 시간이었다. ‘나를 위한 글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이라는 어느 분의 프로필을 떠올린다. 나 역시 그러하다. 나를 위한 요리가 누군가의 심장을 덥힐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