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처럼 May 18. 2021

<힘빼기의 기술> 사회적 안전망과 그림의 떡에 대하여

읽기의 자율주행

김하나의 에세이가 사이버도서관에 올라와있어 냉큼 읽었다. 이 사람의 글은 재치와 함께 읽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데 아마도 그건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그냥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일 뿐인데 그걸 기술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물과 주변과 사람을 바라보느냐와 표현하느냐 하는데 핵이 있다. 일상의 이야기와 먼먼 남미와 사막을 여행한 이야기의 두 챕터로 나뉘어 있는 에세이집인데 '일상' 부분이 좋았다. 얼마 전 읽었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도 느꼈지만, 음, 재미있게 사는구나, 가 구석구석 엿보였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회적 안전망'인 친구들과 이런저런 삶의 재미를 느끼며 꽁당꽁당 사는 게 좋아 보였다.




두 번째 챕터는 먼 곳을 여행하며 쓴 글들이다. 남의 여행기라는 건 그림의 떡 같은 것이라 여겨 누가 쓴 것이든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인지라(하루키 정도만 제외하자) 와 닿지는 않고 그 부분은 꾸역꾸역 읽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사하라 사막 근처(?)에서 일박하기 등등 씩씩한 젊은이만이 가능한 코스로 다녀온 여행기는 멋지고 싱싱해 보이는 그림의 떡이었다. 아르헨티나와 반도네온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에서 내 친구가 너무 겹쳐져서 혹시 내 친구가 쓴 거 아닐까 싶었다...는 건 거짓말이고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혹시나 싶어 친구에게 물었다. 혹시 김하나라는 사람 알고 있어? 예상된 그대로, 그게 누군데? 가 그녀의 답변.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그녀들은 아르헨티나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


나의 사회적 안전망의 하나인 친구 L은 중고교 동창으로 방송국의 음악팀에서 일하며 주말에는 반도네온 공연을 하는 밴드의 리더. 거의 세계 각 국가마다 친구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의 반도네온 연주자 고마츠 료타의 공연에 일 년에 한두 번씩 함께 하기도 한다. (고마츠 료타는 일본의 천재 반도네오니스트로 80년대 한국을 평정한 가수 박남정과 얼굴이 똑같이 생겼다. 기무타쿠와 원빈 정도의 싱크로율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 년에 한 번씩 일본에 와서 잠깐이라도 얼굴을 봤던 그 스케줄에 차질이 생겨 우리는 꽤 긴 기간 동안 못 만나고 있다.



여전히 싱글인 그녀에게 물었다. 나중에 딸이 커서 혼자서 세계 여행을 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랬더니, 돈 주고라도 등 떠밀어 보내야지, 하고 말한다. 음 역시 그렇군. (아무튼 딸은 꼭 북극곰을 보러 가겠다고는 한다)  

​​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라 그렇겠지만 (당연히) 김하나도 친구 L도 인생이 (나보다는) 무겁지 않아 보인다. 기혼 상태와 비혼 상태의 차이일까? 그림의 떡 말고 진짜 떡을 많이 먹어서일까? 삶에서 차지하는 자유로움의 분포도가 다르기 때문일까?


​​


재미있는 책을 읽고 되려 마음이 무거운 건 아마 오늘 하늘이 많이 흐리기 때문일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