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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아나 Mar 10. 2017

박근혜씨는 지금 무엇을 기다릴까?

-그녀의 허술한 전략 구상력과 탄핵된 날 저녁의 소회

전략에서 하수와 고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가령 작가의 경우 첫문장만 보아도 대다수의 하수를 구분할 수 있다. 실제로 신춘문예 심사할 때 심사위원들은 하루에 100개 이상의 작품을 심사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어떻게 이 많은 작품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수가 있을까? 그것은 실제로 심사위원들이 대다수의 작품은 두세 문장밖에 보지 않기 때문이다.


들어보니 미술 경시대회나 입시에서는 2~3일 동안 몇 백개에서 천 개 이상의 작품을 심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역시나 상당수의 작품은 2~3초만 보고 점수가 매겨진다고 한다.



전략에서는 사실 그렇게 금방 상대방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전략은 다른 분야와 매우 다른 점이 있다. 

가령 소설가의 우열은 그가 쓴 소설 작품의 우열과 일치한다. 


하지만 전략은 그렇지 않다. 우수한 전략을 짤 수 있다고 해서 우수한 전략가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삼국지의 제갈공명을 본떠서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기발한 전략을 생각해내는 것이 전략이라고 착각을 많이 한다.


드라마나 만화 등에서도 보이는 전략가가 책략가의 모습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실제로는 전략의 완성도와 전략의 실용성은 전혀 무관계하다. 위대한 전략이 위대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전략가의 위대함은 심오한 전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의 적절하고 실행가능한 전략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것에 있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상대방이 전략대로 움직여 주지 않거나, 상황이 변하거나, 시기적절하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박근혜는 좋은 전략가일까?


뭐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미리 공개하자. 박근혜는 매우 전략적 하수이다. 

다만 문제는 자신을 매우 고수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서두에서 질문을 했다. (지금은 탄핵이 선고된 3월 10일 저녁이다. 그리고 박근혜는 탄핵선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떠날 줄 모른다.) 

박근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답은 국면을 전환할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다.


그 전략이란 무엇일까? 

(전략은 앞서 언급한 소설이나 미술과는 다르다. 절대적으로 좋은 소설이나 미술은 분명 존재한다. 명작이라 고전이라 불리는 것들이다. 전략은 절대로 명 전략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전략은 늘 상대적이다. 내가 가위를 내는데 상대방이 주먹을 내면 지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전략가는 상대방의 전략을 눈치챌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의 전략이란 다시 대통령직을 복귀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일군 '비즈니스'를 온전히 지켜내는 것일 것이다.

아마 박근혜는 자신의 지지 세력들이 자신을 애타게 찾으며 대규모 시위를 일으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대통령직을 복귀하는 꿈을 꿀지도 모른다. 

더 나쁘게는 친위쿠데타라도 일어나길 희망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실 우리가 그녀의 생각을 굳이 읽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나는 박근혜는 좋은 전략가일까를 물었고...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쁜 전략가의 기준 중에 하나는 전략의 실현가능성을 정확히 선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나쁜 전략가도 멋있는 전략을 짤 수 있다. 그리로 거꾸로 위대한 전략가도 아주 허접해 보이는 전략을 짤 수 있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 수준 차이는 전략 그 자체의 완벽함이 아니라 실제로 그 전략이 현실에서 실현되느냐의 여부에 의해서 판별된다.


박근혜가 나쁜 전략가라는 점은

뭐 외교에서 이미 드러났지만 자신의 주전공인 정치에서도 허술함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첫째로 이번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박근혜와 그녀의 부역자들은 총선에서 큰 승리를 예상했다. 당시 세월호 사태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기대 이상의 의석을 따냈기 때문에 세월호 이슈도 잠잠해진 당시로서는 여당의 승리를 점치는 것이 아주 타당해 보였다.

문제는 전혀 플랜B를 짜 놓지 않고 서로 의석 분배로 파벌싸움이나 벌였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대구 부산은 물론 수도권에서 야당에게 제1당을 내어주는 뼈아픈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만일 총선 때 친박계가 조금 양보해서 국민들에게 자중지란을 보이지 않았다면, 예상대로 여당이 다수당이 되었을 것이고, 탄핵정국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때 이미 박근혜가 선거에서 이겨온 것은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이지, 놀라운 전략이나 철학이 있어서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했어야 한다. 나쁜 전략가의 특징 중 하나는 절대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서는 절대 좋은 전략가가 될 수 없다.

좋은 전략가는 모든 실패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실패에도 해당된다.

나쁜 전략가는 오로지 자신의 승리와 성공만을 생각한다. 

따라서 나쁜 전략가는 전투에서는 좋은 전략가를 이길 수 있지만 필연 전쟁에는 패한다.


이번 헌재 심판에서도 그녀는 같은 모습을 보였다. 탄핵 인용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 것이다. 설사 보좌진들과 변호사들이 탄핵 심판 기각을 높게 점쳤다고 해도 자신은 냉정하게 탄핵 시의 대응 등을 고심했어야 했다.

결국 그녀는 하수 전략가들이 대게 그렇듯이 오로지 성공의 가능성만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희망하는 몽상가에 지나지 않는다.


늘 그랬다. 그녀는 엉터리 전략가였다. 그리고 박근혜는 나아진 점 없이 여전히 나쁜 전략가이다. 지금도 아마 실현될 수 없는 전략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미국이 대한민국 의회에 쳐들어와서, 대통령직을 복위시켜주는 그런 비현실적인 꿈같은 거 말이다. 하다 못해 사드 배치의 댓가로 혹은 위안부 협상의 대가로 일본이나 미국이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주는 지략 등이다.


분명 박근혜의 지략 속에는 이들이 포함되어 있었을 테지만...이는 결과적으로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이 힘없는 '자연인'에게 우정과 의리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좋은 전략가는 단 하나의 계책으로 백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만, 나쁜 전략가는 백가지의 계책으로 단 한 가지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아마 박근혜의 머리는 지금 최고로 분주할 것이다. 또한 치킨집도 많이 분주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지금 축배를 들고 있다. 우리는 역사상 또 한명의 전략 하수를 잃었다.




유사한 전략적 실패를 찾아보자... 가령 김일성도 비슷한 실수를 역사상 한적이 있는데, 육이오 당시 김일성은 서울만 점령하면 전국에 농민과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김일성을 환영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김일성은 어리석게도 서울을 점령하고 전국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나 폭동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이것은 육이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말았다. 육군의 상당수가 2선으로 후퇴에서 재정비를 마쳤고 미군은 일본에 주둔한 재일미군을 서둘러 한국에 상륙시켰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서 중요한 순간을 놓친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김일성은 다행히 위대한 전략가는 아니였다. 박근혜도 '다행스럽게도' 좋은 전략가는 아니다.

역사상 위대한 전략가가 드문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p.s 이 시각 구청에 불법체류 신고하신 분이 있다고 하네요... 이쯤되면 불법체류가 아니라 청와대 강제점거가 아닐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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