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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아나 Jan 29. 2017

좋은 질문의 힘

우문현답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나쁜 질문은 좋은 답을 받기가 힘들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출발점은 해법도입이나 경영컨설팅이 아니라 바른 '질문question'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올바른 질문은 올바른 해결책으로 이어진다. 나쁜 질문은 나쁜 결론으로 이끈다.


가령 절대로 좋은 답변을 받을 수 없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흔한 나쁜 질문을 한번 살펴보자.


첫째는 여성이 남성 애인이나 짝남에게 

"무슨 생각해?"라고 묻는 것이다.

아마 많은 여성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면 이런 질문에 대해 남성은 적당한 답변을 찾기가 몹시 힘들다.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가 여성을 매우 사랑한다면 어렵게 나름의 답변을 찾아 줄 테지만, 애인들은 대부분 "자기 생각했어...내 사랑~"이라며 대충 얼버무르기 일쑤다.


자매품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왜 기분이 나쁜거야?"

라고 묻는 게 있다. 이 역시 90% 이상의 상황에서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경우를 발견할 수 없다고 본다.

'어제 넌 나보다 일찍 잠든데다 오늘 데이트에도 늦게 나온 거 보니 너의 사랑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끼는 데다가, 아침에 한 눈화장이 좌우가 짝짝이라서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라고 대답하는 여자는 거의 드물다.

대답을 기피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설사 대답한다고 해도 진짜 원인을 자기 입으로 말해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자주 생각에 잠기는 남자에게 '무슨 생각해!'와 자주 토라지거나 감정기복이 심한 여성에게 '기분이 왜그래?'라고 묻는 것은 거의 동급의 우문이다. 질문자는 차라리 그런 질문을 하게 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왜 기분이 상했는지 아는 것이다. 

그 다음 좋은 것은 목을 졸라서라도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 것일 터이다. 


예를 들면 남자는 70% 이상 야한 생각이나 폭력배를 패주거나 빌딩이 무너질 때 내가 슈퍼맨이 되는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여자에게 솔직히 털어놓기 힘들다.  20%의 남성의 경우 매우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생각, 혹은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상대방에게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의 전후관계 및 복잡한 전제와 가설과 결말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고,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믿기 때문에 역시나 답변을 해주는 일이 없다.

더구나 '나는 한일 양국의 외교관계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어.'라고 말한다고 해도 역시나 공감대를 바랄 수 없기 때문에 대충 얼버무리는 게 낫다고 믿을 것이다.



개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업가들도 유사한 착오를 한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식당에 가면, 간혹 '손님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의례히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로 고객의 반응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경우도 본다.

솔직히 얘기해주는 손님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냥 '맛있네요'라고 얼버무리고 만다. 나는 그런 질문으론 거의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없다고 보는 편이다. 말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말해주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나 역시도 고객입장에서 맛있다고 말하는 경우는 있어도 맛없다고 솔직히 말해주는 일은 전혀 없다.


기업들도 같은 질문을 종종하지만 결과는 같다.

'이 제품이 왜 싫으세요?'  '이 제품 좋아요? 얼마면 사실래요?" 따위로 고객을 심문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위대한 마케터들 중에 고객 설문조사를 신뢰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객은 절대 자신들의 욕구를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출시 전에 품평회에서는 호평일색이었으나 실제 출시를 해보면 판매량이 저조한 경우를 기획자나 마케터들은 허다하게 직면한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 어떤 구매욕구가 있는지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상품을 마주하기 전까진 모른다. 수많은 매장들이 잘 팔리지도 않는 상품을 매장에 놔두는 경우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무조건 잘 팔리는 상품만 모아둔다고 해서 매출이 최고로 높지는 않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깊숙한 내면에 자리한 욕망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에 needs나 target같은 막연한 단어를 구체화한 USP나 RTB같은 마케팅 용어들이 존재하게 된다.


그럼 좋은 질문은 어떤 것일까?

좋은 질문은 잘못된 접근을 배재하고 올바른 접근을 부각한다. 좋은 질문은 본질과 핵심에 곧바로 접근하게 한다.

좋은 질문의 사례로 뉴튼이 과수원을 거닐다 떨어진 사과를 보고 '왜? 사과가 떨어질까?'라고 했다는 일화는 좋은 질문이 아닌 잘못된 질문의 사례에 더 가깝다. 실제로 너무 큰 질문을 던져서는 좋은 답변을 얻기 힘들다.


한번은 나도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어느 영어고수에게 '영어 잘하려면 어떻게해야 되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모 학원의 원장이었던 영어고수는 잠시 망설이더니, "어떤 영어?"라고 답변을 했다. 그렇다. 차라리 전치사에 대해 잘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면 영어고수는 상세한 답을 해주었을 것이다. 구동사의 쓰임을 쉽게 외우는 방법 없나요? 같은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역사학자들은 정말로 문헌을 찾아내어서 '사과와 뉴튼'의 일화는 후대에 지어낸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짜 대답은 다른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다. 뉴튼은 실제로 같은 질문을 받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 역시도 이게 정답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이 얘기를 실제로 강의중에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연봉이 높은 여성 여성CEO가 쉬는 시간에 나에게 와서, 큰 공감을 표한 일이 있었다.


좋은 질문은 핵심에 집중해야지 지나치게 커서는 안된다. 

'우리 회사의 매출을 어떻게 올릴까?' 보다는 '영업사원이 초회면담 때 2차 면담으로 이어지는 성공률을 올릴 방법'은 뭘까?  '자사 홈페이지 방문자 중에 실제 구매의사가 있는 유효고객을 알아내는 방법이 뭘까?' 등 보다 세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실제로 마케팅에서는 고객을 매우 세분화하는 방법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좋은 질문의 두번째 요건은 더 큰 시야를 제공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앞의 요건과 다소 반대되는 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역시나 사례로 설명해보겠다.

1912년 영국 로웰 천문대에서 멀리 있는 별일수록 붉게 보인다는 것을 관측하였다.(스펙트럼) 당시 유명한 천문학자들은 이를 착시나 우주를 둘러 싼 가스 먼지 등에 의해 일어나는 관측상의 문제로 생각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천문학자인 '허블'만은 유일하게 다르게 생각하였다. 당시엔 그다지 유명한 천문학자가 아니었음에도 모든 천문학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하였다.

혹시 이 우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 정확하게는 은하와 은하의 거리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고 있지 않는가?라는 것이었다.

이 땅 위의 모든 사물은 위치가 있다. 이 위치는 확고부동하게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우주가 팽창한다는 건 도저히 당시 누구에게도 납득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허불만이 이런 말도 안되는 질문을 던졌고, 마침내 연구를 거듭해서 허블 상수라는 공식을 연구해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말았다. 이런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허블은 우주적 시야로 우주를 볼 줄 알았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인 즉 당시 논쟁 중이던 은하 밖에 또 다른 은하가 있을까?라는 논쟁에서도 역시 허블은 은하밖에 또 다른 우주- 다시 말해 은하가 있을 수 있다고 믿는 쪽이었다. 그러니 현대과학에서 가장 놀라운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 우주팽창설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주까지 언급돼서 다소 큰 얘기가 되었지만, 더 큰 시야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사례로 이만큼 적당한 건 없을 것 같다. 물론 이와 같은 더 큰 시야를 가령 '우리 가게가 손님이 점점 주는 이유는 미국 연방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포기했기 때문이야'와 같이 불필요한 거시경제학을 적용하라는 뜻이 아님을 독자들은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실제로 프리랜서 기획자로도 많은 일을 하는 나 역시도 이 점을 잘 활용하는 축에 속한다. 내 고객은 대다수가 전문적인 업력을 오래 쌓은 CEO나 창업주들이다. 그들보다 그들의 사업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다른 시각을 제공하여서 나는 근근이 먹고살고 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고객은 당연히 답을 정해놓은 고객이다. 그런데 답을 정해놓은 의뢰인만큼이나 문제를 정해놓은 의뢰인도 상당히 위험하다. 문제는 이것이니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하는 의뢰인만큼 내가 꺼려하는 의뢰인도 드물다. 

사실 그보다 더 무서운 의뢰인은 전혀 자신의 업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는 의뢰인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비교적 설득이 쉬운 편이다. 문제를 정해놓은 고객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보다는 자신이 납득한 해결책만을 원하기 때문에 비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의뢰자의 비위를 맞추어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기 그지없다.


좋은 질문은 좋은 솔루션만큼이나 좋은 것이다. 정말이다. 

당장 자신의 노트에 새해 결심이나, 해결책만이 아닌, 정확한 질문을 메모해보자.  질문이 바르면 바른 해결책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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