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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아나 Feb 02. 2016

(2분소설) 황금 노을 (2)

1부에 이어서...


마크가 아닌, 털복숭이 사내가 입을 연건 잠시간 침묵이 이어진 뒤였다.


-벨 박사님 전 압둘라 라고 합니다. 전 박사님의 기술을 사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물론 박사님의 수소전지와 관련된 연구 전부를요.

 

- 한번에 많은 투자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면 시제품 개발 비용만 제시하시고 단계적인 지원과 투자도 저희는 환영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옵션이...


- 아니요. 벨 박사!

이번엔 아랍계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서툰 영어로 벨 박사의 말을 잘랐다. 대체 뭐가 꼬이고 있는 걸까? 오늘 협상은 제대로 된 뭐라도 건질수 있을까? 맙소사! 벨 박사는 속으로 외쳤다. 이번달 수소가스비를 못내면 다음달엔 가스를 끊어버릴지도 몰라. 밀린 대출이자는 글렀다 손 치지만. 그렇게 돠면 연구원들은 또 그만두겠지. 지난 번 주급을 두 달 밀렸을 때 연구원 4명이 그만두었지. 젠장 이 생각이 왜 지금 드는 것일까?


-아니요! 벨박사! 우린 갖기를 원한다. 당신의 연구와 이 연구소 전체를. 당신이 그동안 수소 연구에 바친 시간... 모두 다.


빌어먹을! 벨박사는 자기가 제대로 알아듣고 있기나 한건지 부아가 치밀었다. 이 대화의 요점은 그의 뇌리에서 점점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갈색피부의 중년남자가 뭐라고 더 말을 했으나, 더더욱 알아듣기 힘들었다. 압둘라가 중년남자의 서툰 영어를 손짓으로 제지시켰다. 그가 눈짓을 하자 큰 가방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협상은 이게 최고죠.

마크가 벨 박사에게 눈웃음을 보낸다.

-만국 공통의 언어니까요.

가방 안에는 US달러가 가지런히 들어있다. 벨박사는 그들에게서 잠시 설명을 들었다.


십 분 뒤에 벨박사는 홀리기라도 한듯이 주차장에 나와 운전석에 올라탔다. 잠시 얼굴이 화끈 거렸다.

벨 박사는 중얼거렸다.

-내 학자적 양심을 판건 아니야. 다만 연기했을 뿐이고 다른 꿈으로 대체한거야. 아니 이건 꿈이야.


그들의 마지막 말은 그랬다.

-연구를 중단하는 댓가입니다. 그리고 연구가 실패했다는 발표도 잊지마시구요. 그 후에 연구소는 여전히 박사님의 소유로 남겨 드립니다. 수소가 아닌 다른 연구를 한다는 조건으로 말이지요.

- 저 같으면 이 돈으로 캘리포니아 해변에 가서 모히또나 마실겁니다. 물론 박사의 자유지만요.

마크는 또 다시 농담하듯 끼어들었다. 압둘라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 수소연료가 아닌 연구를 지속한다면 우리는 오늘 드린 만큼의 돈을 다시 드릴겁니다. 결코 이건 회유나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겁박이 아닙니다. 연구를 10년만 뒤로 미뤄주십시오. 그러니까 박사님의 10년을 저희가 사는 거지요.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박사님을 구속하는 것은 일체 없습니다. 박사님에게 10년동안 자금의 구속없이 연구할 또 다른 기회를 드리는 것이지요. 단, 수소연료전지 연구만 빼구요. 될수록 녹색산업 신재생에너지 따위도 같이 빼달라고 하고 싶지만 거기까진 참견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검은 물을 팔아야 하니까요?검은 물과 관련된 7자매라고 들어보셨죠? 저희는 그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투자를 합니다. 단지 우리는 거래내역이 남는 걸 원지 않아요. 다음에 올 때도 오늘처럼 이렇게 가방에 담아드리지요.


벨 박사가 잠시 낡은 차의 덜덜거리는 소음에 넋을 놓고 있으 때, 마크가 와서 앞유리를 두드렸다.


- 원하시면 댁까지 저희측 경호원을 붙여드리지요.

- 아니요 혼자 가고 싶어요.

- 그 마음 이해합니다. 축복의 드라이브가 되세요. 트렁크에 실린 걸 까먹지는 마시구요.


벨 박사는 엉뚱하게 원도우 워셔가 나오는 레버를 당겼다. 왠지 시야가 흐려서 둘러보니, 햇살이 차창에 쏟아졌다. 차창이 황금색으로 들뜨기 시작한다.


녹색 꿈을 여태꿨는데, 학회엔 도대체 뭐라고 하지. 아니, 그건 관두고 아내에게 트렁크에 든 걸 뭐라고 설명해야 될까?


하지만 이젠 서편 하늘에도 황금빛이 찬란하다. 벨박사는 집으로 가는 도로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운전 중에 칼과 스미스에게 문자를 남겼다.


-순 개자식들이야. 오늘 협상은 끝났어. 다들 퇴근해.


2분 소설 끝^^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계획서를 쓰다가 오래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 보았습니다. 돈버느라 작품에서 멀어지니 저도 벨 박사처럼 되는 건 아닌지..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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