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by 밤하늘별

세상 일이란 게 참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휴일 다음날 출근길, 마음이 무거웠다. 오전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하면서 조금 마음이 풀어지긴 했지만, 퇴근길에는 또 우울함이 엄습해온다. 이제 내 삶으로 돌아와 앞으로 5년 세월 무엇을 할지 생각할 때다.

5년이란 시간 단위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교직 경력 10년차를 맞이하려던 2015년 2월 송별회에서였다. 당시 신규 발령 이후 두 번째로 근무한 학교에서 5년을 모두 채우고 맞았던 송별회였다. 20대에 와서 30대에 떠난다는 말을 시작으로,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 ‘5년 세월이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맞을 5년, 교사로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힘든 1년의 시간도 있었지만, 행복학교를 꿈꾸던 신설 학교에 전입하여 스스로 연구하는 경험을 쌓았고, 연구회에서의 나눔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면서 여러모로 성장했다. 그리고 2021년 12월에는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책을 출간했다. 실제 원고를 완성한 것이 2020년 12월. 어찌보면 5년의 포부를 얼마간 이루긴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스스로 다른 교사들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고 가르치는 일 보다는 다른 일에 내 능력이 더 적합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 나는 단단함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책이라는 성과물을 갖기 위해 애를 쓰고,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도 결코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애 쓰지 않고 주변의 인정을 갈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단단하고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5년의 세월은 절반의 성공이라 스스로 평가한다. 비록 전문가라는 경지에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외형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기에 그렇다. 앞으로 있을 새로운 5년의 시간. 나는 또 다른 어떤 것을 위해 나아가고자 한다. 이전에는 길이 조금 명확했다면 지금은 방향을 완전히 정하지 못했다.

옛날 어떤 사람이 꿈에 미인을 봤다. 너무도 고운 여인이었으나 얼굴을 반쪽만 드러내어 그 전체를 볼 수가 없었다. 반쪽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 병이 되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보지 못한 반쪽은 이미 본 반쪽과 똑같다’고 깨우쳐 주었다. 그 사람은 바로 울결이 풀렸다.

이용휴 『제반풍록』

김연수는 『청춘의 문장들』에서 저 글을 인용하며 ‘앞으로 인생은 지금까지 산 인생과 똑같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이미 살아온 절반의 인생도 흐릿해질 때가 많은데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란’이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요즘 부쩍 김연수의 이 글이 떠오르는 날이 많다. 내가 살아온 세월이 이리 빨리 지나버렸음이 아쉬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하면 더 우울해 지기도 한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 날 저녁, 이후 5년을 생각하며 앞으로 내가 살아갈 5년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살아갈 절반의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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