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선택

by jk

말할까, 말하지 말까.

그 질문 앞에 서면 마음은 늘 한 박자 늦게 숨을 쉰다. 이미 할 말은 혀끝까지 차올라 있는데, 동시에 삼켜야 할 이유들이 차분한 얼굴로 줄을 선다. 우리는 그렇게, 고백과 침묵 사이의 아주 얇은 선 위에 서 있는 시간을 자주 산다. 어떤 말은 생각보다 무겁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관계의 온도가 달라질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유지해온 균형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두렵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두려움은 대개 진심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다. 아무렇지 않은 말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는다. 망설임은 늘 중요한 말 앞에서만 생긴다. 하지 않은 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 미뤄졌을 뿐, 마음의 가장 낮은 곳으로 가라앉아 조용히 쌓인다. 그러다 어느 날, 설명할 수 없는 후회라는 얼굴로 다시 떠오른다. 그때 우리는 뒤늦게 깨닫는다. 말하지 않아서 상처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자신을 오래 품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물론 모든 말이 용기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말은 진심이 아니라 회피에서 나온다. 지금의 어색함을 견디기 싫어서, 이 불편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가고 싶어서 꺼내는 말도 있다. 그런 말은 솔직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도망에 가깝다. 그럴 때는 차라리 침묵이 더 정직하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항상 비겁한 것은 아니다. 어떤 침묵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숨 고르기이고, 어떤 침묵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다. 모두에게, 모든 순간에 설명할 의무는 없다. 침묵 역시 하나의 선택이고, 선택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보다 방향이다. 이 말을 하려는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진심을 향해 한 걸음 내딛으려는 용기인지, 아니면 상처를 피하려는 도피인지.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선택은 이미 절반쯤 끝난 셈이다. 말을 해도, 하지 않아도 완벽한 답은 없다. 다만 어떤 선택이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드는지는, 의외로 분명하다. 그 선택 뒤에 남는 감정이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는 늘 최선의 말을 찾기보다, 거짓말하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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