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봄꽃 바람이 지나간 뒤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긋한 향기
푸르름 한가운데
새하얀 라일락꽃이
소리없이 살짝 피었구나
아무도 관심갖지 않고
찾아주지 않지만
한때를 다투어
피지 않는 너
연극이 끝난 후
조명이 꺼진
아무도 없는 무대위에서
홀로 연극을 하는 것 같은
네가 나는 좋구나
비 온 뒤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르게 갠
저 푸른 하늘 아래
작고 작은 조각구름이
살포시 내려 앉은 것 같아
이른 아침 산들바람에
끄덕끄덕 졸고 있는
야들한 잎
옆에서 이 고운 향기를
피워대도 잠이 오는구나
나도 따라서
상큼한 라일락 향기 맡으며
꿈꾸듯 이 순간을
향유하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