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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리 Jun 20. 2017

히든카드로 나만의 매력도를 높여라

<빼기의 법칙> '4차 산업시대의 생존코드'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꽃잎이 겹겹이 쌓인 채 신비로움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상대의 모든 걸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할 때 흥미를 잃게 된다. 선물과 택배는 포장을 뜯기 전에 가장 기대감이 크다. 내용물이 빤히 드러나도록 포장도 하지 않은 선물은 감동의 느낌이 덜 전해진다.

흥미로운 소설과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공통된 기법이 있다. 정보를 숨기는 것이다. 정보를 숨기면 (= 빼면) 독자와 관객에게 호기심이 증폭되고 긴장감이 유발된다. 


사람은 무언가 모르는 것이 숨겨져 있거나,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느낄 때 본능적으로 불안해한다. 불안은 에너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역동을 낳고 역동은 지루함을 잃게 만든다. 시詩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함축과 생략은 독자로 하여금 자유의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이 설명문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설명문은 저자의 의도를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구구절절 이유를 단다. 반면 시는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자유에 내맡긴다. 오직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에 충실할 뿐이다. 그러면 독자는 상상력으로 그 빈자리를 메운다.


빼면 누군가는 더한다. 한 번에 모든 걸 다 보여 주는것은 재미없다. 양파처럼 새록새록 몰랐던 면이 발견되는 사람이 흥미롭다.


Made in 20 TTL CF <깨진 어항> 편 -1999년 Made in 20 TTL CF <토마토> 편 -2000년


011 번호가 있던 시절, SK텔레콤은 1999년 TTL 광고 하나로 기존의 다소 나이든 이미지에서 풋풋한 젊은 이미지로 새롭게 대변신을 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반향을 일으킨 20살의 TTL 광고는 티저teaser라는 기법을 통해서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색다름을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당시 내용도 파격이었지만, 신인 광고 모델이 누군지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는데, 임은경이라는 소녀가 알려진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그녀의 숨은 에피소드에 의하면 당시 고등학생이던 학창시절 친구들이 광고에 나오지 않았느냐고 신문 광고지까지 오려 와서 캐물었지만 광고 컨셉 상 정보가 새어서는 안 되므로 절대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다고 한다.

대부분의 광고는 몇 십 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어떻게든 브랜드를 노출시켜서 메시지를 각인시키려고 안달한다. 그런데 정작 메시지의 핵심을 숨기는 이 광고 기법은 오히려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청자는 공급자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과잉 정보와 강요적인 제안에 거부감을 느낀다. 고객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힘을 빼고,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고객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는 그때 히든카드를 꺼내야 한다. 이 원리를 일상에 적용시켜 보자. 만약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면, 내가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말하지 않았어야 할 내용은 없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는 거다. 이메일을 쓰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불필요하게 전달한 내용 때문에 핵심 메시지가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은 없었는지 질문을 해보라. 상대방이 너무 편해졌다고 맘을 놓다 보니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말을 하진 않았는지 되돌아 보라.

대화를 하건 보고서를 쓰건, 상담을 하건 간에 

모든 일의 끝마무리는 ‘무엇을 더 전달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빼야 할까’이다. 더 이상 뺄 게 없을 때 비로소 엔터를 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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