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얼굴은 서로 거의 비슷하게 생겼으나 사람의 얼굴은 하나같이 다 다르게 생겼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얼굴의 모습이 제각기 다르다.
70억 인구 중에 똑같이 생긴 얼굴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물론 인구가 많다 보니 비슷하거나 닮은 사람이 존재하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 서로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
인간은 하나의 종으로 개체수가 닭 다음으로 많다. 우리가 평소에 가장 흔하게 접하는 닭은 2009년 FAO 기준으로 186억 마리나 된다.
사람은 100명이 모여도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가지만, 만약 닭 100마리를 닭장 안에서 본다면 한 마리 한 마리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만이 얼굴의 모습이 다 다를까?
아니, 어쩌면 닭들도 저마다 자기들끼리는 서로를 구분하는데 인간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여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남극의 펭귄은 자신의 새끼를 구분할 때 우는 소리로 구별한다고 한다. 큰 무리를 지어 군집해서 사는 펭귄은 서로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자신의 새끼조차도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엔 똑같은 펭귄처럼 보이지만 펭귄들은 비슷한 모습의 펭귄새끼를 ‘소리’로써 구분한다. 인간이 듣기엔 펭귄새끼의 비슷한 소리도 엄마펭귄에게는 다르게 들리는 것이다. 만일 새끼가 길을 잃게 되면 부모펭귄이 아니면 아무도 아기 펭귄을 돌보지 않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어진다. 서로 비슷하게 생긴 펭귄들은 집단을 이뤄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지만 그러한 집단 속에서도 비정함이 있는 것이다.
동물들은 서로 비슷하게 생겨서 개성은 없지만 인간보다 뛰어난 시각, 청각, 후각 등의 초감각을 가졌다. 하지만 동물들이 인간을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표정’이다.
천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 사람이 지어내는 표정은 각양 각색이다. 웃는 얼굴 하나에도 살짝 입 꼬리만 미소 짓는 얼굴, 비웃는 얼굴, 소박하기 그지없이 마음씨 좋은 털털한 얼굴, 웃으면 작은 눈마저 더 작아져 입만 보이는 얼굴 등 인간이 지어내는 표정은 참으로 다양하다. 반면 동물들은 단순한 편이다. 경계하며 잔뜩 긴장한 표정, 위협을 느낄 때는 이빨을 보이며 위엄을 드러내는 표정 등 주로 생존과 관계가 있는 본능적인 표정이다. 몇 개 안 되 보이는 동물의 표정이 인간을 절대 모방할 수 없는 것이 ‘웃는 얼굴’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동물이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만약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해도 소스라칠 듯 하다.
동물들도 인간처럼 희노애락을 얼굴표정으로 지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좀 끔직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쩌면 더 동물들과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동물이건 사람이건 자신을 닮은 것에 끌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니까.
얼굴은 타고난다. 인위적인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얼굴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분과 지방성분이 줄어 들면서 얼굴이 메말라서주름살 같은 세월의 흔적이 남을 뿐이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얼굴에 집착하는 것보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표정을 가꾸는 게 낫다.
아무리 외모가 출중하며 잘생기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더라도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선 마음을 교감하기가 어렵지만, 외모가 뛰어나지 않고 얼굴이 다소 못 생겼더라도 표정이 밝고 인상이 밝은 사람에게는 좋은 인상을 받는다.
물론 외모도 출중하고 표정까지 좋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표정이다.
놀라운 건 좋은 표정이 반복되면 못생긴 얼굴도 매력 있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링컨 대통령은 사람이 40 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40세가 넘은 현재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40년 동안 어떤 표정으로 살아왔는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의 표정은 바뀌지 않을 것만 같은 얼굴도 바꾼다.
우리의 얼굴은 웃을 때보다 얼굴을 찡그릴 때 훨씬 많은 근육을 사용한다.
많은 근육이 관여하는 만큼 찡그린 표정이 만든 얼굴은 다시 좋은 인상으로 바뀌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천연 성형 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표정이다.
표정은 인상을 만들고 관계를 만들며 운명도 바꾼다. 표정은 대화에 비유하면 태도에 해당한다. 말을 할 때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태도에 따라서 전달력이 크게 달라진다.
아무리 듣기 좋은 내용의 말이라도 거만하거나 상대방을 얕보는 듯한 태도로 말을 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말을 예쁘게 포장하는 태도(Attitude)는 자신의 메시지를 보다 더 잘 전달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얼굴의 표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좋은 감정을 전달하여 좋은 관계를 만든다.
표정!
누구나 나이가 들었을 때, 잔뜩 찌푸려진 고뇌와 불만족에 찬 얼굴이 되고 싶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기품있고 온화하며 매력이 넘치는 얼굴이 되고자 한다면 표정을 가꿔야 한다. 미래의 얼굴은 그 때 가서 바꿀 수 없다. 일상의 반복된 표정 하나하나가 내일의 표정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