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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윤 Sep 10. 2016

지하철의 외출

주말의 길 : 서울과 인천 사이

지하철이 서울을 벗어났다.

지하철은 한 동안 제 몸을

뙤양볕 아래 내놓고 달린다.

오랜 어둠 속에서 차가워졌을 은빛 피부가

여름 햇빛 아래 뜨겁게 달구어지고

검은색 창문들은 새파란 하늘과 산을 품고

지하철이라는 이름에 저항하듯 있는

힘껏 세상의 빛을 들여보낸다.  

그 빛에 핸드폰만 보던 사람들도

잠깐 고개를 들어 바깥구경을 하는 중이다.


나는 그 사람들을 보며 오래도록 어둠에만 살아 눈이 퇴화되었다는 박쥐를 생각한다.


인천이다.

서울에서 딱 한 발자국 멀어졌을 뿐인데,

지하에서 나는 지상으로 올라왔고

어둠에서 나는 빛으로 나섰다.


외출이란 이런 것이다.

스페인도 아니고 도쿄도 아닌 송도에서 열리는 음악페스티벌에 가고 있었지만

외출이라는 것 자체가 지상이요 빛이다.


핸드폰에서 고개를 건져내어

창문 밖을 쳐다보는 일이

유치하고 어린 애같은 일이 아니고

음악페스티벌에서 짧은 반바지를 입고

무릎이 아플 때까지 뛰어보는 일이

이 여름을 보내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었듯이.


빛은 한 발자국,

딱 한 발자국 사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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