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길 : 서울과 인천 사이
지하철이 서울을 벗어났다.
지하철은 한 동안 제 몸을
뙤양볕 아래 내놓고 달린다.
오랜 어둠 속에서 차가워졌을 은빛 피부가
여름 햇빛 아래 뜨겁게 달구어지고
검은색 창문들은 새파란 하늘과 산을 품고
지하철이라는 이름에 저항하듯 있는
힘껏 세상의 빛을 들여보낸다.
그 빛에 핸드폰만 보던 사람들도
잠깐 고개를 들어 바깥구경을 하는 중이다.
나는 그 사람들을 보며 오래도록 어둠에만 살아 눈이 퇴화되었다는 박쥐를 생각한다.
인천이다.
서울에서 딱 한 발자국 멀어졌을 뿐인데,
지하에서 나는 지상으로 올라왔고
어둠에서 나는 빛으로 나섰다.
외출이란 이런 것이다.
스페인도 아니고 도쿄도 아닌 송도에서 열리는 음악페스티벌에 가고 있었지만
외출이라는 것 자체가 지상이요 빛이다.
핸드폰에서 고개를 건져내어
창문 밖을 쳐다보는 일이
유치하고 어린 애같은 일이 아니고
음악페스티벌에서 짧은 반바지를 입고
무릎이 아플 때까지 뛰어보는 일이
이 여름을 보내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었듯이.
빛은 한 발자국,
딱 한 발자국 사이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