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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Feb 06. 2020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조금 더 잘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오랜만에 수원을 찾았다.

이 곳을 완전히 떠난 지 1년 하고도 7개월 즈음 지났다.

이제야 조금씩 그리움이 올라오기 시작할 그 시점이 되었다.


지금부터는 자꾸만 구질구질하게 올라오는 그리움들을

재주 좋게 잘 외면하거나, 잘 해결해야만 한다.

지난 시간들이 절절한 후회로만 남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뭐 그리 미련 가질만한 날들이었다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났던 길바닥도 괜히 시리다.

그랬던 길바닥이라서 이리 시리는 것인가 싶다.


그 길바닥에서 지냈던 내 마음과 시간들이 그리운 것이다.

괜히 속 간지럽지만, 순간의 설렘을 너무나도 기대하고 사랑했었기 때문이다.



이사, 낯선 아침, 낯선 방, 전학, 새 학기, 새 교복, 찬 공기, 시린 발, 설레는 첫 등굣길, 낯선 교실, 새 친구, 바뀌어버린 나의 모든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었던 그 모든 것들.


희한하게 내 마음은 아직도 그때에 머무르는 듯하다.

삶을 그러하게 살고, 새 것이었던 그 시절의 불투명함이 아직 내겐 해결되지 않고 남았기 때문일까.


내 맘 같지 않게 보낸 그 시간을 지나, 지금도 그와 별 다를 것 없이 내 마음도 모르게 살아서 그러한가.


그래도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더 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게 된 내가, 그 당시의 나를 찾아가 훨씬 더 그 마음을 잘 알아보고, 잘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본다.


별 것 아닌 그 길바닥을 수 천 번 지나왔던 그 때의 속 시끄러워했던 내가 떠올라 괜히 시린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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