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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Oct 02. 2020

나는 생각한다, 음악을.

Scott Joplin-The Entertainer (영화 <스팅> OST)


https://youtu.be/fPmruHc4S9Q


 30d 재즈 듣기의 두 번째 시간. 스콧 조플린의 <The Entertainer>로 재즈 역사의 첫 문을 열었다. 귀에 익은 멜로디, 예측 가능한 리듬. 많은 예술 장르에서 삽입되어 사용되었던 곡으로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경음악의 대표주자인 곡이 아닐까. 나의 옆에 함께 있던 남편도 이 노래를 콧노래로 따라 부르며 게임 <Fallout 4> 세계에서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음악과 비슷한 느낌이라며 슬쩍 한 마디를  건넸다. 또한 내가 글을 쓰는 내내 도움이 되도록 Ragtime 메들리를 직접 재생시켜 주는 귀여움까지 발휘하였다.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고 정서적인 교류까지 이끌어내는 것. 이는 음악의 고유하고 순수한 기능임을 오늘도 확신한다.


 우리가 보통 재즈를 배우러 가면 그 초반에도, 후반에도 <The Entertainer>를 언급하는 일이 흔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재즈'라는 이름보다 클래식을 배우던 이들이 조금 더 독특한 레퍼토리로 쓰기 위해 '소품'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많이 활용되었을 수 있겠다. 그리고 솔직히 흑인의 음악이라고 보기에는 왼손의 정박 주법 때문에 단정한 감이 있어, 댄디하게 생긴 백인이 멋진 복식을 차린 후 유쾌하게 연주할 법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1800년대 후반, 낯선 땅에서 노예로 살게 된 흑인들은 그들의 서러움과 고된 현실을 이기기 위해 그들 특유의 문화를 통해 마음을 위로하였는데 노동 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형태는 추후 자신들의 장르 또한 개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예술적인 피지컬이 매우 훌륭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겠지만, 한편으로는 노예의 삶을 살았던 세월이 길어지고, 세대가 세대를 낳다 보니 그 시간 안에서 충분히 향유될 수 있었기 때문에 '흑인음악'이라는 장르가 생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스콧 조플린은 주인에게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 백인 교사에게 유럽 음악을 배다고 한다. 당연히 정석적인 연주를 하지 않았음은 예상되는 바인데, 스콧 조플린의 피에 새겨진 흑인 특유의 리듬감이 결국 Ragtime이라는 장르를 열게 되어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화려하게 소비되었다.  당대 음악 클럽의 모습이 잘 표현된 조플린 전기 영화의 한 장면을 보니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배틀이 떠오른다.


https://youtu.be/NOi9K7yZ6QA 



 <The Entertainer>는 꽤 명랑한 무드의 곡이며 멜로디 싱코페이션으로 인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이지만, 음악치료의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아주 영리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단순히 보자면,


1. 정박의 왼손 반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진행되므로 안정적인 배경 리듬이 됨

2. 싱코페이션이 주를 이루는 멜로디는 프레이즈마다 같은 멜로디 형태를 반복하는데 단순히 조를 바꾸어 진행하는 것으로 보면 됨

3. A-A-B-B-A-C-C (…)로 음악의 구조를 아주 명료하게 나눌 수 있으며 자주 반복됨

등등. 


 - '1'의 특성은, 클라이언트가 수행해야 하는 목표 행동의 속도와 강도, 활동에너지를 명료하게 인식하며 조절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일종의 메트로놈으로 적용할 시 클라이언트의 신체상태와 컨디션 등에 따라 즉각적으로 영한다.

- 싱코페이션은 동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클라이언트의 높은 참여 에너지를 이끌어 수 있다. 

- 멜로디를 이루는 엇박의 반복적 사용  오히려 그 자체가 '배경리듬 화' 되어져 클라이언트 스스로 음악 안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예측 가능'하도록 구조화.

따라서 '2'의 특성에 따라 클라이언트가 수행해야 하는 목표 행동을 아주 명료한 특정 동작으로 좁 반복적으로 수행하할 때, 듬요소들이 가진 동적인 에너지 클라이언트를 지지다. 

- 음악을 들었을 때, '3'과 같이 음악의 덩이를 명료하게 구분 지을 수 있다는 것은(A-A-B-B 등) 그 음악이 사람에게 아주 명료하게 인지되도록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다. 그 인지되는 덩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제 클라이언트의 목표 행동을 세분화 한 후 대입하면 된다.

우리가 물을 마시는 행위를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1) 물컵이 있는 위치를 본 후 2) 물컵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고 3) 물컵이 있는 곳에 팔을 뻗어 4) 물컵의 부피만큼 손아귀를 벌려 5) 손에 힘을 주어 물컵을 쥔 후 6) 뻗은 팔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7) 물컵을 입에 위치시켜 8) 상지를 적절한 각도로 들고 9) 입을 벌려 10) 물을 입에 흘려 11) 입에 담긴 물을 삼킨다. 


이것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는 클라이언트에게 '물을 마시는 행위' 목표 행동으로 설정했다고 가정한다면, 


음악의 A파트가 진행되는 동안 1)의 동작 수행을 반복적으로 수행고, 해당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B파트를 진행하여 2)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후, 연속적인 동작 수행을 위해 A-B파트를 이어서 제시하면 1)~2)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과정을 반복하며 11)까지의 목표행동을 수행하도록 이끈다.


 해당 원리는 지극히 단편적인 부분이며 단순 음악의 특성이나 요소를 활용 치료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용을 예로 기술한 것이므로, 음악치료사 각자의 치료원리나 클라이언트의 특성 및 니즈에 따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음악을 개인적으로 느끼고자 30d 재즈 듣기를 시작하였으나, 결국 이와 같은 생각의 꼬리를 무는 것은 음악 자체가 나의 업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또는 <The Entertainer>라는 곡이 나의 역사와는 다소 무관한 음악이기 때문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30d 재즈 듣기는 나에게 성공과 같은 행보임을 확신한다. 오늘과 같은 글쓰기가 지금껏 무관했던 것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적는 것으로 남도록 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생각했다,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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