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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Oct 05. 2020

성장을 이루어가게 할 동화의 시작

King Oliver's Creole Jazz Band-Dipper Mouth Blues


https://youtu.be/BEF9QeHxrYw


 30d 재즈 듣기 네 번째 시간이다. 오늘은 뉴올리언스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이자 밴드 리더인 킹 올리버의 음악을 중심으로 한다.

 요즘음악을 듣는 것이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이루어지지만, 신대륙 미국에서는 음반이나 매스미디어가 존재하지 않던 터라 반드시 오프라인 극장에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당시 유럽 이미 기악음악과 오페라 등이 성행했던지라 전용 스폿이 존재하였지만, 미처 문화가 마련되지 못했던 신대륙 미국은 문화를 경험할 방식을 마련해야만 했다. 


 곧 미국 전역을 뒤흔든 엔터테인먼트 집단이 나타났다. 전국을 이동하며 순회공연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거대한 버라이어티 쇼의 형태를 갖추었다. 그 이름은 보드빌(Vaudeville), 유랑악단다. 쇼의 종류는 감히 셀 수 없었다. 기악은 물론이며, 노래, 무용, 서커스, 코미디, 마술, 시 등 다양한 장르를 짧게 연속적으로 엮어 진행했다.

 문화적인 혜택의 폭이 좁았던 미국인들을 정확하게 저격한 이 버라이어티 쇼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1880년대 들어서는 보드빌 전용 극장이 설립되기까지 하였다.


 보드빌의 쇼는 다음과 같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지금 봐도 흥미진진한 것이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38cft9NKsgg


 하지만 1920~30년에 들어서면서 라디오와 tv의 보급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몰락을 맞이한다. 이후 보드빌에서 다루었던 쇼들은 버라이어티의 형식을 벗어나 각기 장르에 따라 분할되고 전문화되었다. 해당 과정에서 뮤지컬과 브로드웨이가 시작된다. 결국 보드빌은 현재 존재하는 모든 예술의 집합체로 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적 존재가 되어버렸다.

 


 

 보드빌과 같은 화려한 쇼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킹 올리버는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보드빌의 밴드 리더였다. 의 밴드는 쇼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예술들을 뒷받침하는 배경음악의 역할에 충실하였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재즈 특유의 즉흥성이나 창의성보다는 쇼 내에서 어우러지는 화합을 목표로 감독 및 작곡가에 의한 연주를 했다.

 해당 연주는 다음 영상에서 엿볼 수 있는데 건반, 브라스, 퍼커션의 영역을 모두 뛰어넘어 청각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며, 극 중 스토리의 텐션을 극대화하는 음향의 역할에 무게를 두고 이루어진다.


https://youtu.be/a1R8Rx2db9c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연주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나는 킹 올리버 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1964년 개봉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가 떠올랐다. 1910년 런던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미국을 중심으로 제1 여성주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던 사회 속에 살고 있던 유모 메리 포핀스와 뱅크스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작 중 '버트'의 역을 맡았던 '딕 반 다이크'는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유랑악단의 상징인 온갖 심벌이 달린 큰 북을 어깨에 메고 관악기를 불며 특유의 훌륭한 노래와 춤 솜씨로 예술을 선보인다.


출처: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192



 나에게 있어서 1900년대의 재즈는 바로 <메리 포핀스>와 같다. 동화음악 말이다. 딱히 유명한 곡도 없고, 녹음 상태도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상용으로도 적절 못한 음악들로 치부되지만 나에게는 동화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아마 메리 포핀스를 통한 경험에서 나온 것 일지도 모르겠다.  반 세기가 지나 다시 돌아온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서도 아주 비슷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원작에서의 특수효과 없이 자연스러운 화면에 유쾌한 만화가 덧붙여져 동화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었던 원작이 훨씬 좋았다.

 이 영화를 더욱 환상적으로 몰아간 것은 온갖 악기로 표현력을 더한 밴드 연주 덕분이다. 극 중 메리의 테마가 극의 전개에 맞추어 변주데, 뱅크스 가 아이들이 위협에서도 꿈과 동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아주 극대화시켜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아이들과 메리 포핀스가 첫 만남을 가졌을 때의 장면이다. 목욕을 하기 싫었던 아이들이 메리 포핀스에 의해 욕조 속으로 던져지자마자 그곳이 바다가 된다. 아이들은 물고기 헤엄치다가 조각배를 타고 이동하는 등의 유쾌한 모험을 통해 가뿐히 목욕을 마친다. 하기 싫고 버거운 일도 메리 포핀스와 함께라면 동화 속 마법처럼 가뿐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깊이와 재미를 더하는 것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메리의 테마 변주이다. 예술이다.  사랑해요 메리 포핀스


 다음 동영상은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하이라이트인 가장 큰 규모의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등불 청년들의 뮤지컬 부분이다. 이들은 계속 외친다. 판타스틱! 판타스틱! 진짜 판타스틱이 따로 없을..


https://youtu.be/oZ9WKQmcX2k


 



 이 당시의 종합예술 중 하나였던 재즈음악은, 황홀한 광경이 펼쳐지는 쇼가 이루어지는 무대 뒤에서 사지를 바삐 움직이며 극적 요소를 더하는 역할로만 소비되었다. 하지만 그 음악적 장치들이 아주 적절히 활용되었기 때문에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 조차 화려한 브라스에 실려 판타스틱하게 승화될 수 있도록 하였다. 갈수록 더 아찔한 수위를 이루었어야 했을 무용수들이 매일매일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로 무대 뒤에서 온 몸으로 며 그의 몸짓을 지지하였던 음악 밴드가 있었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나에게 초창기 재즈 음악은 '현실을 위협하던 순간에도 동심을 잃지 않고 성장하게 한다'는 의미가 크다. 메리 포핀스와 함께 했던 아이들이 그러하였으니까. 앞으로도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올 현실을 우리는 초창기 재즈를 들으며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이 투박한 음악은 우리의 발걸음에 휘파람이 되어주어 거뜬히 날게 해 줄 것이고,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무서워 수그렸던 얼굴에 무지갯빛 안경을 씌워주어 찬란한 태양을 잊지 않도록 이끌어 줄 것이니까 말이다.


 우산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메리 포핀스가 거친 바람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을 잊지 말자. 그녀의 말투가 다소 짓궂을 것이 당연하다. 다소 투박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의 동화는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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