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녕안 Oct 06. 2020

악흥의 순간, Let's swing!

Louis Prima-Sing Sing Sing


https://www.youtube.com/watch?v=TOPSETBUgvQ


 30d 재즈 듣기의 여섯 번째 시간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지인과의 약속이 있던 오늘,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떠내며 버거운 하루를 맞이했다. 긴 여정의 끝자락에서 혹독하게 글을 마무리 지으려던 어제의 일 탓이다. 뻑적지근한 무릎을 통통 두드려보지만 힘이 하나도 없다.


 그래. 음악을 들어야지. 음악이 지닌 요소인 리듬, 멜로디, 화성 등등등은 인간의 심리,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이며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신체적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효과적인 도구가 되니까. 오늘의 재즈는 영화 'Swing Kids'의 OST <Sing Sing Sing>.


 재생과 동시에 원시적인 본능을 일깨우는 리듬이 연주된다. 이런 리듬을 들으면 마음이 흡족해진다.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기분. 뇌가 깨어난다. 어깨에 적당한 힘을 주어 곧게 펼 수 있게 된다. 그래 이거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당장 스윙 재즈를 찾아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동작 외에, 흥겨움으로 부터 시작되는 몸짓인 춤을 자연스럽게 추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겁먹지 않아도 된다. 빅 밴드가 거대한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나로부터 시작된 모든 거대한 악흥을 지지할 것이다. 가끔 알코올의 힘을 빌렸던 난이도 있는 몸짓 또한 맨 정신에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역시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1918년, 독일의 항복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고 미국은 큰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대국으로 이름을 떨친다. 부유한 생활을 통해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된 사람들은 향락문화에 몰리기 시작하였다. 이에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미국인들의 경건 생활을 지켜내야 한다는 움직임에 따라 1920년, 전국 금주법이  발효되어 술의 합법적 생산 및 판매가 금지되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사회는 갓난아기를 제외한 남녀노소 모두 술에 대하여 진심이었으므로 이들에게 있어서 금주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술을 마시기를 꺼리지 않았다.

 

 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즐거운 술판이 열려야 하는 법. 술집과 클럽에서는 손님들이 술을 마시는 것 이상의 흥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흥을 끝없이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음악을 쓰는 것이었을 테다. 그리하여 탄생된 것이 15인조, 18인조, 20인조 등으로 구성한 빅 밴드(Big Band)다. 흑인 위주로 이끌어졌던 빅 밴드는 자신들 특유의 절뚝이는 느낌의 음악을 연주했다. 싱코페이션 리듬 기반의 음악인 스윙 재즈 말이다.


 스윙(Swing)은 흔들리듯 춤을 추는 모습에서 나온 단어이다. 특유의 리듬을 바탕으로 했던 그 음악이 연주되던 자리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춤을 추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만큼 흥을 충분히 발산하게 하는 힘이 있었음을 그 이름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인종을 막론하고 이루어졌다. 백인들 자신들보다 미천하다고 여기던 흑인들의 음악에 온 몸을 전율하며 스윙댄스를 추었으니 말이다. 체면은 둘째치고 누가 연주를 하고 있든 간에 당장 이 끝장나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만 직성이 풀렸던 그들의 사정 또한 이해해 주어야 한다. 빅 밴드와 스윙댄스의 시대는 곧 저물었지만 스윙 재즈 음악은 미국의 대중음악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2020년 현재도 여전히 스윙이 연주되고 있다.


 Ella Fitzgerald and Duke Ellington 곡 중 이런 가사를 담은 곡도 있다.

"It Don't Mean a Thing if Ain't Got That Swing!" 스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어!


https://youtu.be/myRc-3oF1d0





매거진의 이전글 재즈스타 탄생의 순간을 바라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