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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Oct 07. 2020

단비를 떠올리게 할, In The Mood.

스윙 시대(혹은 빅 밴드 시대)로 불리는 1920~30년대의 유명했던 아티스트와 그의 음악을 소개받았다.


1. Glenn Miller - In The Mood

https://youtu.be/_CI-0E_jses

 미국의 트롬본 연주자이다. 글렌 밀러 관현악단의 리더. 빅 밴드 스윙 재즈가 큰 인기를 끌었던 시절, 베니 굿맨과 함께-둘은 굉장히 닮았다- 스윙 재즈 시대를 이끌었다.  그의 가장 유명한 곡인 <In The Mood>는 매우 많은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2. Benny Goodman - Moonglow

https://www.youtube.com/watch?v=jEmK9qFB1Y0

 스윙 재즈의 황제라 불린다. 클라리넷 연주자. 밴드의 리더. 노년이 되어서도 연주활동을 지속하였기에 위 영상과 같이 백발의 베니 굿맨을 볼 수 있다. 루이스 프리마 원곡의 <Sing Sing Sing> 또한 베니 굿맨의 연주가 훨씬 유명하다고 한다.



3. Louis Prima - Night Train

https://www.youtube.com/watch?v=3kTcjXhGbxU

 뉴 올리언스 출신의 트럼페터, 보컬리스트. 유쾌하고 빠른 템포의 곡을 연주하였고 엔터테이너 기질이 다분했다고 한다. 그의 음악 스타일에 걸맞게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TV쇼나 영화에도 다수 출연하였는데 그의 주위에 있던 여자들은 대개 그의 부인들이었다고 한다. 결혼만 다섯 번이라고 하니. 음악적인 부분 외에도 엄청난 매력의 소유 자였음은 확실하다.



4. Duke Ellington - Take the A Train

https://youtu.be/cb2w2m1JmCY

 피아니스트, 밴드 리더. 빅 밴드와 스윙 시대가 저물었던 1930년대 이후에도 자신의 밴드와 함께 스윙을 연주하며 높은 인기를 유지했다고 한다. 'Take the A Train', 'It Don't Mean a Thing', 'Mood Indigo', 'In a Sentimental Mood' 등을 탄생시켰다. 음악영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들썩이게 했던 영화 <위플래시>의 엔딩곡 <Caravan> 또한 듀크 엘링턴의 작품이다.



5. Count Basie - All of Me

https://youtu.be/5IhfU0pSRYY

 피아니스트, 편곡자, 밴드 리더. 듀크 엘링턴과 같이 스윙 시대가 종결된 1930년대 이후에도 계속 빅 밴드의 명맥을 유지했던 인물이다.






 빅 밴드 스윙 재즈의 재즈를 듣고 있던 중 남편의 벨소리가 울렸다. 남편은 늦은 시간이나 쉬는 날에 전화가 왔을 때엔 바로 받지 않고 잠깐 뜸을 들인 후 전화를 받는 경우가 있다. 플레이 중인 게임 화면을 정리한다던가 하는 이유에서 말이다. 이 전화를 받을 때에도 잠시 뜸을 들여서 받았다. 전화의 발신인은 어머님이었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대략 듣다 보니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고, 어차피 유골함을 받으러 가지는 않을 것이지 않느냐, 라는 짧은 대화가 오간 뒤 통화는 금방 종료되었다.


"무슨 전화야? 누가 돌아가셨대?"

"단비가 죽었대."


 '단비'는 남편이 고등학생일 때부터 키웠던 강아지의 이름이다. 지금 우리와 살고 있는 강아지 '배찌'와 같은 종인 시츄였다. 남편은 무심한 표정으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의 빛깔이 살짝 붉어진 것을 보며 그 마음에 어떤 동요가 있음을 느꼈다.


"오빠가 조금 슬프겠네."

"응.."


 남편은 잠시 후 핸드폰에 저장된 단비의 사진과 동영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았음을 아쉬워하며 가만히 동영상을 시청했다. 기껏해야 1분 남짓의 짧은 영상들이었다. 대부분 남편이 단비를 놀려먹는 장면들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동영상 속의 단비는 매우 건강했다.

 남편은 단비와 놀 때 살금살금 다가가 "워!" 라며 놀라게 하는 것을 특히 재미있어하였는데, 역시나 그 장면 또한 영상으로 남아있었다. 단비는 깜짝 놀라 우다다닥 소리를 내며 도망갔고 그 영상을 보던 남편은 영상 속 자신의 목소리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늘 남편의 웃음 버튼이 되어주던 영상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산책하며 달리던 날에 담았던 단비, 퇴근 후 집으로 들어섰을 때 폴짝이며 현관까지 달려와 반겼던 날에 담았던 단비 등 매일의 일상과 함께했던 단비를 한참 추억하던 남편은 "어휴 벌써 열 시가 넘었네"라는 말을 남긴 후 안방으로 들어가 일찍 몸을 눕혔다.


 나는 이번 추석 때 아버님이 챙겨주셨던 강아지 간식의 뚜껑을 열며 배찌를 불렀다.

"이거 먹으면서 단비 할머니 생각해. 이거 할머니가 먹던 간식이거든. 하필 이번 추석에 병원에만 있느라 얼굴도 못 봤잖아. 앞으로도 단비 할머니를 만날 수는 없을 거야. 그렇지만 이거 먹는 동안에는 너를 귀찮아하며 도망 다니기 바빴던 단비 할머니를 떠올려줘."

 




 나는 마저 듣던 음악을 재생시키며 생각했다. '아. 오늘 신랑과 함께하는 순간에 노래를 재생시키는 게 아니었는데.' 하필 남편은 너무나도 신나는 <In The Mood>를 들으며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던 참이었다. 앞으로 남편은 매 해 찬 바람이 부는 10월이 되는 어느 날 무심코 단비를 떠올리겠지만, 빅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 또는 특별히 <In The Mood>를 듣는 그 순간에는 반드시 단비를 떠올리고야 말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음악이 가진 빠르기를 통해 어떤 무드를 가지고 있다고 특정하기도 한다. '이 음악은 슬픈 발라드야', '이 노래는 신나는 여름에 맞는 음악이야'처럼. 하지만 이러한 분류가 무조건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 삶의 모습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 부부가 들었던 <In The Mood>는 다른 이들이 일반적으로 분류하는 '신나는 노래'로 이 곡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음악이란 본디 그렇다. 각자 삶의 이야기와 함께 뇌에 저장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것이 어느 날 귓가에 들리면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기억들이 콕 박혀 그리움을 불러오고, 시름시름 앓도록 만들 수 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단비와 함께 즐겁게 놀던 날의 동영상을 보며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웃음을 지었던 것처럼 그 상황 또한 의연하게 잘 넘겨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분간 조금은 조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제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뜬금없이 그 음악을 눈 앞에 들이밀며 남편을 괴롭히지 않아야 할 텐데.


 남편은 방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방석에 앉아 특유의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배찌에게 말했다.

"배찌야. 단비 할머니가 죽었대. 단비도 갔으니, 너도 갈 거고, 나도 갈 거고, 너네 누나도 가겠지(우리는 그런 존재일 뿐이야)."


 눈물이 난다고 메시지를 보내시던 우리 아버님을 비롯하여 지극정성으로 18년의 세월 동안 특별히 단비를 돌보았던 어머님에게도, 그리고 아무 말없이도 잔뜩 슬퍼하고 있을 남편에게. 그리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이 사랑하는 단비에게. 오늘 밤이 특별히 안녕하고, 깊이 평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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