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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Oct 13. 2020

당신의 호흡과도 함께

 스윙 시대가 저물고 찰리 파커가 비밥의 시대를 파이팅 있게 열기 전, 그 사잇길에도 찰리 못지않은 화려하고 강렬한 이야기를 풀어놓던 음악가들이 존재하였다.



1. Coleman Hawkins - Body and Soul

https://youtu.be/zUFg6HvljDE

 테너 색소폰의 대부. 스윙이 클럽을 호령하던 시기인 1920년, 콜맨 호킨스는 여러 악단을 거치며 자신만의 연주 스타일을 만들어 나간다. 색소폰은 그 크기에 따라 음역과 톤이 달라지는데, 콜맨이 연주하는 테너 색소폰은 특유의 호탕하고, 묵직한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곡의 무드에 따라 두툼하면서도 날렵한 비브라토를 뽑아내는 연주 또한 매력적이다.  


http://blog.daum.net/bkseok/16156432


 재즈 역사상 즉흥연주에 가장 능한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그는 화성적으로 복잡한 음절을 자신감을 갖고 신속하게 처리하여 청중들의 주의를 기울이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된 화려한 꾸밈음과 멜로디 라인은 비밥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으며, 재즈계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마일스 데이비스 또한 "콜맨 호킨스의 연주를 듣고 발라드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2. Lester Young - Mean To Me

https://youtu.be/9wvAjA-ovhs


 색소폰/클라리넷 연주자. 콜맨 호킨스와 함께 20세기 초중반을 대표하는 재즈 색소포니스트로 유명하다. 호킨스의 거칠고 대범한 연주 스타일과는 거의 극점에 있는 연주를 하였고 연주를 하는 동안 부드러우면서도 느슨한 자신의 연주 스타일을 계속하여 발전시켰다. 레스터 영의 연주 스타일처럼 그의 평소 살아가는 모습도 둥글며 여유로운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콜맨 호킨스와 레스터 영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색소포니스트로 함께 거론되는 경우가 다수이다. 레스터 영 또한 "나는 Second President 고, 콜맨 호킨스가 First다."라고 말하며 호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주 스타일은 아주 큰 차이가 있었 후에 미친 영향도 각기 다른 모습을 보였다. 콜맨 호킨스 영향을 받은 찰리 파커가 빠르고 강한 음악인 비밥의 태동을 일으켰으며 레스터 영은 비밥 이후 등장한 쿨 재즈의 조상 격이 되었다. 재즈 외에도 소울이나 블루스 등에서도 영의 프레이징과 호흡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가끔 온라인을 통해 옷을 구매하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분명 모델이 입었을 땐 이렇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렇지?' 나의 체형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탓이다. 상세 사이즈를 충분히 숙지한 후에 나의 체형에 가장 적합한 사이즈를 골라야 나에게 입힐 수 있다. 이것은 옷의 문제나, 모델의 체형이 잘못이 될 수 없다. 옷을 구매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부분이 잘 분석'되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같은 악기를 들고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표현되는 결과물이 다르다. 경험, 역사, 경력, 피지컬, 음악성, 해석, 컨디션, 연습량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분석해보는 것도 음악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레스터 영에 대하여 찾아보았을 때 그의 연주에 대한 코멘트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연주 시 리드(마우스피스)를 30도 정도 기울인 채 물고 연주한다거나, 그가 연주하는 색소폰이 알토인지 테너인지, 심지어 소프라노인지 도대체 알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연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으로 연주한다거나.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줄 알았던 사람이 있었을 정도였다. 때론 리듬 섹션의 정해진 박자에도 구애받지 않는 느긋하고 비대칭적인 연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2차 대전의 여파로 군에 징집되었다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을 겪으며 적응하지 못해 군대 영창에서 복역한다. 1945년 말에 활동 재개한 후 사람들은 그의 연주 스타일이 변화한 것을 알아챈다. 예전과 다르게 거칠고 격렬해졌다고 말이다. 재즈 평론가들은 색소폰에 사용한 리드가 목제가 아닌 플라스틱제를 자주 이용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단순히 리드를 바꾸었다고 이렇게까지 음색이 달라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영은 어떠한 충격에 의해 계속 망가져간 것이었고, 결국 술과 약물로 인해 파국을 보게 된다.


 심리학자이자 음악치료사인 Bruscia(1987) 악기를 선택하는 것과 그 악기를 통해 연주되는 산물들을 통해 연주자의 심리적 상태 및 내면의 문제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레스터의 음색이 바뀐 것을 '리드의 재질이 바뀐 것뿐'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가 플라스틱 리드를 직접 골라 사용한 사람이니 '반드시 본인의 의도가 따랐으리라'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결코 본인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도저히 그 톤이 아니면 안 되겠으니 선택한 것이다. 레스터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부드러운 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연주 범위를 확장시켜 이전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야만 했던 것이고, 고된 감정들을 승화시키는 숭고한 과정을 수행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짧은 생애는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음악의 다양한 장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마지않던 그가 삶을 더 충분히 살았다면 어떤 모습을 더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따라서 음악을 듣는 우리들도 1945년 이후의 레스터 영의 음악을 통해 그와 같은 상태에 빠져볼 수 있다. 부적 정서들을 해소하고 승화시키는 일 말이다. 그의 음악에는 소울과 블루스에 영향을 미칠 만큼 긴 프레이즈와 호흡에 특징이 있다고 했다.  

 음악의 요소 중 하나인 프레이즈와 호흡의 역할은 감정의 순환을 유도한다. 감정의 폭과 깊이, 거리 등을 표현하며 경험하게 한다. 사람의 숨으로 연주하는 관악기의 경우 연주자의 내적인 상태와 혼, 소울이 담기므로 멜로디와 박자를 타고 펼쳐지는 연주자의 공간을 탐색해볼 수 있는 일이 된다.


 우리는 어쩌지 못할 감정에 소리 없는 한숨을 뱉곤 한다.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있다. 색소폰을 포함하여 사람이 호흡을 통해 소리내는 악기의 연주곡을 듣는 것이다. 이때 자신에게 어울리는 에너지의 곡을 선곡하여(이완적이거나 또는 그렇지 않거나. 무조건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곡으로) 멜로디를 따라가 본다. 기회가 되어 직접 연주해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이와 같은 과정을 가지는 것을 통하여 음악이 당신 대신에 내재된 부적정서를 배출하는 을 느끼며, 필요한 새 숨을 들이쉴 수 있도록 이끄는 경험을 하는 것은 좋은 정서환기의 방법이 된다.


 요즘같이 시원한 하늘이 상쾌한 공기를 주는 이때, 당신의 숨통을 조이는 감정이 있다면 일단 색소폰으로 연주한 음악을 들어보자. 괜찮은 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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