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녕안 Oct 13. 2020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건 음악도 마찬가지라서

Charlie Parker - Billie's Bounce

https://youtu.be/a6xoifznoZ8

 비밥의 멱살을 잡고 끌어와 모두를 환호하게 만든 색소포니스트. 뉴욕의 뒷골목에 입성하며 잼 세션에서 엄청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을 받았다. 이미 뉴욕의 뒷골목은 유명했으니 많은 연주자들이 있었겠지만 그와 같은 연주를 하진 못했다고 한다.


 찰리 파커 이전에 '재즈'는 스윙댄스를 추기 위한 빅밴드나, 뮤지컬 넘버에 나오는 OST, 로컬 흑인들의 블루스와 부기우기가 전부였다고 한다. 파커가 혁신을 일으켰던 부분은 바로 즉흥연주였다.

크로매틱 스케일(C, C#, D, D#...)을 이용해 어떤 코드에서도 자연스럽고 멜로디컬 한 연주를 하였으니 모두가 그의 멜로디에 주의를 둔 채 함께 오르내렸을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찰리는 과도한 약물 복용과 음주로 일찍 세상을 떠난다. 그를 비롯하여 당대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도 계속해서 빠르고 인상적인 연주를 수행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던 건 일종의 강박과도 같았다고 한다. 헤로인을 하면 긴장이 풀리고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재즈 역사의 안개는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Charlie Parder - Just Friends

https://youtu.be/D1pPVsR_A4c


찰리 파커는 말년에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음악을 추구한다. 위 작품이 그의 유작이다. 그들이 온전히 누리기 위하여 시작했던 음악인 '비밥'을 찰리 파커의 일생과 나란히 보며 애잔함이 느껴졌다. 그들의 열정으로 찾아냈던 결정체를 약물과 술로 인해 잃었던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즈처럼 텐션이 난무하면서도 즉흥성이 가미된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재즈 특유의 예측 불가능함과 불명확한 전개들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체득이 덜 되어있는 장르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특히 비밥과 같이 허들이 높은 음악의 경우, 음악이 가진 강한 에너지와는 상관없이 무기력함을 호소하게 될 수도 있다. "너무 어려워요, 무슨 음악인지 전혀 모르겠어요."라는 표현을 하며.


 음악을 느낄 때 우리가 경험하는 '좋다'라는 것은 '각성'과 연관되어 있다. 신체의 에너지가 상승하고, 음악을 감상하기 전과 비교하여 나의 상태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재즈를 들으면서도 '각성'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개 중 '하나만' 잘 잡아내는 방식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모티브'를 잡아내는 것이다.

 멜로디들이 마구잡이로 던져지는 것 같으나, 사실 언어와 동일하게 핵심이 있으며 문맥과 기승전결이 있다. 특히 즉흥연주를 들을 때 모티브에 대하여 염두한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심오한 느낌-각성되지 않는 상태-에 빠져드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찰리 파커의 곡 <Billie's Bounce>를 곰곰이 들어보면, 초반에 등장했던 특정 멜로디와 리듬이 진행 중 변주되어 재등장하는 것을 여러 번 볼 수 있다. 그것을 찾아냈다면 앞으로도 몇 번이고 재등장할 것을 기대하고, 맞아 들었을 때 충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말과 글의 주제가 일관적으로 흐르며 하나의 논지를 갖게 되듯이, 재즈 또한 결국 처음 했던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강조하며 들려주기 때문에 당신이 기대한 만큼 더욱 큰 감동으로 마음껏 충족을 수 있다.


 그것이 어려운 듯 싶다면, 동일한 곡이지만 보컬로 이루어진 곡을 듣는다면 더욱 명료해진다(가사가 도와 주... 빌리's 바운스!, 빌리's 바운스!).


A Tribute To Charlie Parker - Billy's Bounce

https://youtu.be/3mI07ubpCjg


 인간은 음악을 이미 체득한 채 세상에 태어났다. 양수 시절부터 엄마와 이루었 다양한 소통 경험 요소들이 음악과 아주 가까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든지 음악을 마음껏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다. 호흡이 있고, 프레이즈가 있고, 요점이 있고, 결론이 있고, 강세가 있고, 감정이 담기고, 표현할 수 있고, 리듬이 있고, 높낮이가 있는 음악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크게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 따라, 찰리 파커는 말을 아주 세련되고 멋들어지게 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의 음악과도하게 테크닉적이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점-모티브-을 잘 따라가 보자. 어쩌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가 오래전 먼저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 순간을 발견하는 기쁨이 당신과 함께 하길 바란다. 그와 동조하며 함께 즐기면 된다. '루이 암스트롱'처럼 스캣을 하며 노래를 부르거나, 아무 춤이나 추면서 터뜨린다던지 말이다. 나는 오늘 빌리's 바운스! 가 마음에 든다. 


글 쓰는 걸 마친 후 홀로 마저 놀야겠다.

Billy's Bounce! , Billy's Bounce!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호흡과도 함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