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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Oct 14. 2020

그 음악에 가슴이 떨렸던 이유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가 정립한 강렬한 비밥이 뉴욕을 뒤덮었을 때, 그 뜨겁고 경쟁적인 음악은 시대를 과열되게 만들었다. 많은 뮤지션들은 경쟁적인 음악을 하였다. 하지만 이와 다른 흐름도 생기기 시작했다. 뉴욕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LA와 웨스트코스트에서 말이다. 사람들은 그 움직임을 '쿨 재즈'라고 이야기한다.


Chet Baker - But Not For Me

https://www.youtube.com/watch?v=R_f_mMJAezM

 확실히 비밥과는 다른 느낌의 음악이다. 정적이며, 넉넉하고, 여유로운 그런 느낌을 가졌다. 365일 따스한 날씨를 누리고, 할리우드를 필두로 발달하는 문화산업과 함께했던 서부 지역의 백인들을 중심으로 쿨 재즈가 시작되었다. 어쩌면 영화[라라랜드]를 떠올려 볼 수도 있겠다.

 쿨 재즈(Cool Jazz)의 '쿨'은 차갑다는 의미보다는 '모던'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가깝다. 1930년대에 활발히 활동했던 레스터 영을 쿨 재즈의 시초로 볼 수 있겠으나 본격적인 시작은 비밥의 대표 연주자이기도 한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가 1949년에 발표한 전설적인 앨범인 [Birth Of Cool]을 시작으로 본다.



Paul Desmond Quartet - Wendy

https://youtu.be/7AaSnd1ySQE




 확실히 비밥을 들을 때와는 달리 쿨 재즈는 무언가 휴식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들임에는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러한 느낌들을 판단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 걸까?


 일단 우리가 음악을 감상한다고 할 때, '감상'은 일반적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와는 다르다. 특정 소리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집중하는(tuning in) 적극적인 청취행위를 감상이라고 다.

 이때 가장 빨리 만나는 채널은 '박자와 리듬'이다. 우리 신체는 이미 리듬을 가지고 있다. 심박, 호흡, 걸음걸이와 동작들 또한 박자와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의 안정성 여부가 '항상성'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음악 감상 시에도 우리 안에 '내재된 박'을 통해 빠른 판단을 하는 것이다. 빠르게 휘몰아치는 비밥을 연주하는 찰리 파커의 곡과, 쿨하고 여유 있는 느낌의 쳇 베이커의 음악을 들었을 때 마음속에서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곡이 있다면 바로 그 곡이 본인이 평소에 '내재된 박'과 가까운 음악으로 생각하면 된다.

 찰리 파커의 음악을 들으면 심박이 빨라지고 몸이 들썩거리게 되는 것은, 평소 본인에게 내재되어 있던 박자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나타난 신체적인 반응이다. 또한 쳇 베이커의 음악을 들으며 심박이 늦어지고 여유 있는 호흡을 하며 피부온도가 낮아졌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내재된 박보다 느린 박으로 진행되는 음악을 감상함에 따른 반응을 신체가 나타내고 있는 중인 것이다.

 찰리 파커와 쳇 베이커의 음악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 중 '박'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만으로도 우리는 각 개인마다 음악에 대한 반응을 다르게 나타내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은 모두 다른 박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두 이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단순히 개인에게 내재된 박자에 대한 내용을 넘어 '리듬'으로 넘어가 보자. 아주 빠른 박으로 리듬을 가장 작은 단위로까지 쪼개며, 음을 당기기를 멈추지 않는 찰리 파커의 음악이 가진 충동성과 비 예측적 전개는 감상자를 평정 상태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강한 에너지를 분출하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존재여서, 위와 같은 충동적인 상태에서 과도하게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거나, 정적인 느낌의 음악에만 익숙한 감상자라면 불안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어쩌면 그 당시 뉴욕 뒷골목 음악가들이 약물에 의존하게 되었던 이유가 위와 같은 음악 안에서 완벽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쳇 베이커의 음악은 그리 빠르지 않다. 멜로디 음과 음 사이에 여유도 있고, 음이 지속되어 제법 긴 박자의 비브라토가 들리기까지 한다. 또한 간략한 싱코페이션 리듬을 연주하는 드럼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등장하여 그 충동성이란 찾아보기 어렵다. 아주 배경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특정 음악에 대하여 '어떠하다' 느끼게 하는 요소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감상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가 감상 시 음악 요소에 대하여 인지하며 듣는다면, 감상을 원활하게 이룰 수 있는 근육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며 주어지는 혜택이 있을 것이다. 각 음악에 임하는 뮤지션들의 애티튜드가 어떠했을지 엿볼 수도 있다. 더욱 풍부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음악에 가슴이 떨렸던 이유요? 나 못지 않게 찰리도 많이 떨을껄요?

그 음악에 편안했던 이유요? 나 못지 않게 베이커도 편안했기 때문일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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