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은 편이라 일상 속 긴장을 자주 경험하는 편이다. 불안도 꽤 높고. 대학원에서 음악치료를 공부하고 있을 때,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끔 주어지던 임상에 자주 신청했다. 박사생들의 임상 스킬 향상을 위한 내담자가 되는 것이다.
이 치료 경험은 특히 논문을 쓰던 때 가장 큰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공포/죽음/끝/한계의 밑바닥'을 보았다. 밑도 끝도 없는 지하를 무방비 상태로 떨어지는 공포에 빠져 아무런 힘도 낼 수 없었을 때, 막연했던 '죽음', '끝', '한계'를 보았다는 것은 이미 그곳을 알고 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한 번 가는 것이 어렵지, 어쩌면 두 번은 쉬울 수도 있으며, 아직 '죽음'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는 나의 상태의 돌아봄을 통해 다시 한번 다리를 꼿꼿이 세울 힘을 낼 수 있기도 했다.
그 이후로 불안을 경험하는 나의 상태에 빠졌을 때 자주 '나'와 '밑바닥' 간의 거리를 보고자 한다. "휴, 아직 죽음보다는 삶에 가깝네"라고 말하며 안전함을 상기 시킨다. 이때 위와 같은 곡을 들어주면 큰 도움이 된다. 그냥 잔잔한 곡, 발라드, 뉴에이지 연주곡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바흐처럼, 구조적이고 균형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곡의 전반적인 흐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늘 변화는 두렵고 어렵다. 하지만 두 번 가는 길은 쉽다. 전반이 훤히 보이는 익숙한 길이면 더욱 편안하다.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가 무엇일지' 생각해본 후, 리듬의 속성을 고려하여 해당하는 에너지를 가진 곡을 찾아 공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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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e Meyer/Oleg Maisenberg
<Saint-Saens Clarinet Sonata Op. 167 in E flat: Allegretto>
그렇다고 맨날 똑같은 음악만 듣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을 학습을 하기 때문에 너무 반복적으로 같은 정보를 받아들인다면, 각성 수준이 매우 낮아진다.
이 때는 '멜로디 악기+반주'가 등장하는 곡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됐다. 멜로디의 선율이 마음껏 뻗어나가고 표현할 수 있도록 피아노 반주는 계속해서 돕는다. 안정감 있는 박자를 제공해줄 때도 있으며, 선율 악기가 더욱 힘 있는 정서를 전달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화성으로 지지한다. 또한 멜로디 악기가 표현할 수 없는 음역을 제시하며 색채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그 조화 속 정말 안전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상태에 머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