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클럽 여덟 번째 시간인 오늘은 화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스스로에게 화성의 지지감을 경험하게 하는 음악에 대해 고민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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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VzOUXM0_IwI
오늘의 곡으로 선정했던 Paolo Russo - Oblivion을 참 좋아한다. 첫 부분은 반도네온의 생김새답게 무언가 그로테스크하게 망가져버린 생명체가 제 슬픔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것의 이야기를 다 듣기 전에는 이 자리를 떠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1:15부터 멜로디 속에서 멋들어진 리듬이 지지하여 멜로디의 무드를 더욱 우아하게 이끌고 간다. 이 이후는 그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연주의 향연인데, 내가 세상에서 가장 비통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이 음악을 듣고, 이 악기의 음색에 울컥임이 있지 않을 수 있을까. 3:18 이후는 번개를 꽝꽝 맞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고작 무릎에 얹어 연주하는 악기 치고 그 기세는 파이프 오르간 못지않다.
Chopin Prelude Op.28 no.4
솔직히 말하면 화성의 지지적인 역할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화성의 진행에 따라 단순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멜로디에 수만 개의 색채가 입혀진다. 멜로디의 음량이 3이라면 화성은 1에 해당하는 여린 셈여림으로 연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곡의 무한한 슬픔은 다 화성의 왕성한 진행 감과 지지감 덕분이다.
유튜브 세상 속에는 수만 가지 버전의 쇼팽 프렐류드 4번이 있지만 나는 백건우 님의 연주가 가장 아름답다.
절제됨 속 깊은 심연의 슬픔은 오직 내가 평생 다루어 가야 할 것이라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라고.